향교鄕校, 시대 따라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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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호, 21C제주유교문화발전연구원장/수필가

향교가 변하면 사회가 변한다.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의 오상(五常)과 윤리도덕이 사회 저변에 확산된다는 이치에 다름 아니다.

제주향교는 조선개국원년에 창립한 유서 깊은 향교다. 우리나라 어느 향교나 마찬가지겠지만 조선말엽까지만 해도 그 지방의 목사나 현감이 교육기능과 문묘제례를 관장해오다가 1910년 한일합병 이후 교육 기능은 말살되고 문묘(文廟) 기능만 남아 있다.

향교는 전국적으로 234개소가 분포돼 있지만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 이후 신설된 곳은 없다. 신설은커녕 확장이나 보수, 단장하는 것조차 관청의 지원 없이는 옴짝달싹 못하는 형국이다. 더욱이 진유(眞儒)와 부유(腐儒)가 각자도생(各自圖生)하는 유림사회에서 향교의 변혁을 시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세종12년(1438년)에는 생원, 진사 별시제도(別試制度)를 설치하여 근 200년간 초시(初試)는 성균관에 가지 않고도 제주향교에서 실시했다. 그러하니 젊은 인재들에게 면학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던 역사도 간직하고 있는 향교다.

지금 향교의 대표적인 문묘행사로는 춘추석전대제(春秋釋奠大祭)와 삭망례(朔望禮)를 들 수 있다. 석전대제는 매년 봄, 가을 두 차례 문묘(文廟)에서 공부자를 비롯한 성현의 학덕을 기리는 숭모대제(崇慕大祭) 의식행사를 일컫는다.

석전대제는 만물의 소생을 뜻하는 2월과 새해를 준비하는 8월의 첫 상정일(上丁日)에 봉행하다가 2019년부터는 성균관유림총회 결의에 의하여 추계석전대제는 성균관을 비롯한 대부분의 향교가 공자탄신일인 9월 28일에 봉행했다.

그러하나 도내 3개 향교 중에서 제주향교만 공자탄신일에 추계석전대제를 봉행하고 여타 향교에서는 여전히 8월 상정일인 지난 8월 9일에 봉제했다. 공자탄신일을 한마음 섬 축제행사로 빛냈으면 오죽 좋았으랴. 아쉽다.

또한 삭망례(朔望禮)는 한 달에 두 번, 초하루 삭일(朔日)과 보름날 망일(望日)에 헌작례(獻爵禮)를 올리는 것을 말한다. 이때마다 소속 유림들이 참례하여 봉제를 드리는 게 오랜 관행이다. 전통혼례식이나 효부효녀를 발굴 시상하고 성년의 날 의식행사는 옛날대로 전수되고 있으니 다행스럽다.

그러한데 600여 년이 지나는 유서 깊은 향교임에도 높은 담장으로 가려있어 그 속에서 무엇을 하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제주향교에서는 이를 타파코자 공부자 탄강 2570주년을 맞이하여 유가(儒家)의 방식을 찾아 축전행사를 베풀었다. 시조창과 경전성독시연, 서예대행사, 사물놀이 공연 등 다채로웠다. 또 가야금산조와 항아리 동아리공연, 유명가수 축하노래자랑 등 볼거리로 푸른 공간을 잔뜩 매웠다. 속살을 드러내는 데 주저(躊躇)하지 않았다. 공부자를 비롯하여 성현들께서도 굽어보시고 기막힌 잔치라고 감탄했는지 모르겠다.

사회에는 알게 모르게 유교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 십상팔구라 한다. 선진 향교나 서원에서 현실에 걸맞은 발전상을 도입하는 것은 숙제로 남아 있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전통문화를 발굴, 보전시키는 것은 미래의 가치를 창조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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