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기 묘지와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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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제주의 묘지가 육지부와 다른 점으론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말이나 소의 침입을 막거나 화전(火田) 피해를 막기 위해 묘를 조성한 후 그 둘레에 돌담(산담)을 쌓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주택가나 농경지 내에 묘가 설치돼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묘지 면적이 대체로 타 지방보다 크고, 토지 활용에 큰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근래 들어 각종 개발행위 등으로 제주지역 토지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미등기 묘지 이전에 따른 사회문제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미등기 묘지는 1913년 일제시대 당시 사정(査定)에 의해 토지 소유자를 지정하고 지번을 부여했지만 10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상속 등에 따른 소유권 이전 등기 절차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소유주를 찾기가 쉽지 않다.

제주시가 전수 조사를 벌인 결과 관내 미등기 묘지가 3만2090필지 441만5900㎡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마라도 면적(30만㎡)의 15배 정도에 달하는 묘지가 미등기 묘지인 것이다.

이처럼 미등기 묘지가 많다보니 점유취득시효를 인정받기 위한 국가 상대 소유권 이전 등기 소송이 급증하고 있고 이장(移葬) 브로커들도 활개를 치고 있다는 보도다.

브로커에게 착수금을 줬지만 묘지주도 못 찾고 돈도 돌려받지 못하거나, 거액의 비용을 지불해야만 이전 등기를 마칠 수 있었던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미등기 묘지의 또 다른 문제점은 수십년간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실상 방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주택가 또는 농경지 내에 방치되고 있는 미등기 묘지는 환경 미관을 크게 해칠 뿐 아니라 농지 활용에도 큰 장애가 되고 있다.

미등기 묘지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제주시가 이달부터 미등기 묘지 후손 찾아주기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미등기 묘지가 있는 토지의 소유주가 신청을 하면 제적등본 등 관련 서류를 확인, 묘지 상속인을 찾아낸 후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받은 후 토지주에게 상속인의 연락처를 알려주는 것이다.

최근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제3자에 의한 호적 등의 열람이 금지되면서 미등기 묘지의 상속자 또는 소유주 찾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가운데 행정기관이 적극적인 행정에 나섬으로써 시민 불편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민들의 애로사항을 찾아 살피는 행정의 본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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