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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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지난달 중순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내년 4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메시지를 통해 “의원 생활을 하면서 많이 지쳤고, 정치의 한심한 꼴 때문에 많이 부끄럽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으로 지내면서 어느새 저도 무기력에 길들여지고, 절망에 익숙해졌다.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한다고 해서 우리 정치를 바꿔 놓을 자신이 없다”면서 “더 젊고 새로운 사람들이 새롭게 나서서 하는 게 옳은 길이라 판단한다”고 말했다.

총선 불출마 선언 하면 떠오르는 이가 자유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 오세훈 전 의원이다. 2005년 7월 “내 탓이오라는 심정으로 부끄러운 정치권에 대한 자성의 의미로 17대 총선에 불출마한다”고 밝혔다. 결국 인지도와 호감도를 더 높여 이듬해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나오는 말이 ‘물갈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올해 역시 정당 공천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각 당이 경쟁적으로 물갈이에 나서는 건 기성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의 불신 탓이 크다. 역대 선거에서도 물갈이 비율이 높을수록 흥행에 성공했다. 17대 총선 때 승리한 열린우리당의 물갈이율은 무려 68.2%로 역대 최고치다. 18대 한나라당(46.6%), 19대 새누리당(42.5%), 20대 더불어민주당(46.3%)의 승리에도 높은 물갈이가 적지 않게 기여했다.

한국의 국회의원 물갈이율은 50% 선으로 미국 상·하원 의원 교체율(13~15%)의 3배 이상이다. 그런데도 정치판은 늘 그대로다. 불가사의한 일이다. 그러니 국민의 물갈이 욕구는 더욱 높아지는 게 아닌가 싶다.

▲정치권에선 인적 쇄신이 총선 승리의 기본 공식으로 통용된다. 참신한 인물로 교체해 구태정치를 바꾸길 원하는 민심이 투표 결과에 반영될 거라 보기 때문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현역 의원 물갈이는 40명을 넘을 모양이다. 현역 4명 중 한 명꼴이어서 거의 세대교체 수준에 이를 것이라 한다.

이에 비해 자유한국당은 인적 쇄신에 대한 원칙조차 세우지 못한 상태서 ‘중진 용퇴론’ 등으로 내부 갈등이 커지는 양상이다. 내년 총선의 성패는 결국 어느 당이 혁신적 인재를 더 많이 발굴하느냐에 달릴 것이다.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는 게 이치다. 고인물마냥 오래 안주해온 이들이라면 물갈이 모욕을 당하기 전에 아름다운 뒷모습이라도 보여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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