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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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세상은 문(門)밖에 있다.”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은 대한민국의 아웃도어 시장을 이끄는 대표 기업인답게 ‘아웃도어(outdoor·문밖)’ 정신을 강조한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야 길이 보인다는 것이다. 도전이다. 지난 8일 제주新보 주최로 열린 ‘제주인 아카데미’ 강좌에서도 그 말은 빠지지 않았다.

여기엔 일화가 있다. 1992년에 접어들자 국내 등산 장비 업체에 암흑기가 찾아왔다. 국립공원에서의 취사와 야영이 금지되면서 등산 시장의 90% 차지하는 버너와 코펠, 텐트 등의 수요가 사라진 것이다. 대기업 몇 곳을 빼곤 대부분이 도산했다.

강 회장도 “참으로 절망스럽고 고통스러운 시절이었다”라고 회고했다. 사업이 힘들자 남아도는 것은 시간이었다. 히말라야를 찾았다. 1993년 엄홍길 대장이 이끈 원정대에 참가해 초오유(8201m)와 시샤팡마(8046m)를 등정했다. 이 과정에 그의 눈을 사로잡은 것이 검은 털로 무장한 블랙야크다. 국내에 돌아와 그 상표로 제품을 출시하자 대박이 터졌다.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등산복은 검은색 천지였다. ‘블랙야크’는 이렇게 탄생했다. 문밖으로 나섰기에 가능했다.

▲두 자녀를 프랑스 정부와 정계 인사로 키워낸 오영석 박사(전 KAIST 초빙교수)의 이야기가 국내 언론을 통해 소개됐다. 아들은 프랑스 경제재정부 및 공공활동회계부 디지털담당 국무장관이고, 딸은 파리 16구 하원의원이다.

‘어떻게 자녀를 글로벌 인재로 키웠는가’라는 책에서 그가 언급한 것은 ‘문(門)’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어느 시점에서는 인생의 문 여러 개가 있는데 그 문을 열다 보면 자기 인생도 그렇게 풀린다.” 그런 그 문을 부모나 타인이 열어주면 안 되고, 자녀가 열도록 지켜볼 것을 주문했다. 냉정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자기 눈의 눈물은 자기 손등으로 닦아야 한다’라고 했다. 자녀가 스스로 성장토록 지켜봤다는 것이다.

교육에 정답은 없지만, 사랑이란 이름으로 자녀 주변을 빙빙 도는 헬리콥터 맘이나 무섭게 닦달하는 타이거 맘이라면 참조할 일이다.

▲2020학년도 대입 수능일이 모레(14일)로 다가왔다. 올해도 어김없이 추위가 기습할 전망이라고 한다. 아무리 환경이 변했어도 대입은 수험생에게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인생의 큰 관문이다. 자신이 열어야 한다. 지금까지 들인 시간과 땀이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그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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