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이 바로 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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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택, 前 탐라교육원장·수필가

지난달 29년 만에 평양에서, 남북 축구 국가대표팀이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3차전이 열렸다.

그런데 지척의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경유해 입국했다. 응원단은 물론이고 취재, 생중계도 할 수 없었다. 선수들의 휴대폰과 책조차 반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평창올림픽이 열렸을 때는 후한 대접을 받았던 그들이다. 결과는 무관중, 무중계,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깜깜이 축구 그 자체였다.

21세기 안방에서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글로벌 시대에, 스포츠를 정치의 도구나 선동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그동안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수없이 미사일을 쏘아대도, 나와는 거리가 먼 얘기라고 치부하던 사람들이, 평양 축구 사태를 접하고는 북한의 행태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남북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입맛이 씁쓸하다. 이런 현실임에도 대통령은 얼마 전, 2032년 서울 평양 공동 올림픽 개최를 거론했다. 축구 경기 하나 놓고도 이럴진대, 가능할지 의구심마저 든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북한에 대해서만은 퍼주기, 양보하고 이해하면서 그들의 입맛에 맞추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냉소뿐이다. 은혜를 원수로 갚고,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도 없다. 약속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그들이다. 이런 북한을 찰떡같이 믿고 있으니,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이는 남북의 문제만은 아니다. 나라 안도 그리 녹록지 않다. 얼마 전 국정감사가 끝났다. 그런데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여야가 마치 물과 기름처럼, 진영 논리로 고성이 오가고, 낯 뜨거운 장면들을 연출했다. 밥그릇 싸움이다. 과거 자신들이 했던 말을 손바닥 뒤집듯 하고, 남의 탓으로만 일관한다.

국민들도 조국 사태로 보수와 진보, 맞불 집회로 한 치의 양보도 없다. 비정상이 정상이 되고, 가짜뉴스가 진짜뉴스로 둔갑해 활개를 친다. 어느 것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불분명하다. 답답하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사회가 불안하고 혼란스럽다 보니, 크고 작은 사고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이는 천재라기보다 대부분 인재다. 기본과 규정만 잘 숙지하면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는 것들이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다음 단추는 맞출 수가 없다. 건물이 무너지는 이유는 거의 기초의 부실이요, 잘 나가던 사람이 갑자기 추락하는 것은 스펙보다는 인격과 인품, 도덕성의 문제일 때가 많다. 운동선수가 슬럼프에 빠지면 감독은 늘 이렇게 말한다. “기초부터 다시 해라, 기본이 충실하지 못하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기본 질서를 지키고, 법과 원칙에 따르는 것을 억압하고 불편한 것으로 여기기 쉽다. 그것은 일시적이다. 습관이 들면 오히려 자유롭고 편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 냄비문화가 형성되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났다. 과정보다는 결과만을 중시하는 풍조가 생겼다. 그러다 보니 남을 해치고 법을 악용하며, 기본 절차를 무시하는 일들이 종종 벌어져 가슴이 아리다.

‘나만 잘 살고 편하면 된다는 생각, 출세하면 그만이다.’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기본에 충실하며, 더불어 사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의 일거수일투족이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한번쯤 되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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