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전설이 달빛에 빛나다
용의 전설이 달빛에 빛나다
  • 고시연 기자
  • 승인 2019.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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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바람난장-용연편 (下)
용암은 우주적 시간을 거쳐 인고를 견딘 화석
동양에서 용은 아홉가지 동물의 형상을 지녀
바람난장이 제주도기념물 제57호인 제주시 용연을 찾았다. 용암은 우주적 시간을 거쳐 인고를 견딘 화석이다. 유창훈作, 용연에서의 바람난장.
바람난장이 제주도기념물 제57호인 제주시 용연을 찾았다. 용암은 우주적 시간을 거쳐 인고를 견딘 화석이다. 유창훈作, 용연에서의 바람난장.

우리도 전설처럼

 

하나의 운명과 하나의 전설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우주는 아득한 궁금증으로 가득하다. 별들의 운행과 해와 달의 움직임은 지구인들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제공했고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가는 능력을 갖게 했다. 인간이 미치지 못하는 신의 영역은 전설이라는 이름으로 신화라는 이름으로 창작되었다. 이 아득한 블랙홀의 세계를 미명으로 이끌어내는 존재. 우리가 꿈꾸고 추구하는 행복에 가까워지기 위한 소망이다.

제주는 한라산의 흔적을 거치지 않는 곳이 없다. 그 오랜 시간 흘러내린 용암이 곳곳에서 존재를 드러낸다. 우주적 시간을 거쳐 인고를 견딘 화석이다. 용연 가까이 위치한 용두암 역시 그 줄기에 해당된다. 용의 머리 형태로 굳어졌다고 해서 용두암이라 불리는 용담 해안가. 동양에서 용은 아홉 가지의 동물의 형상을 지닌 신비로운 존재로 인식된다. 용은 물에서 낳으며, 그 색깔은 오색(五色)을 마음대로 변화시키는 조화능력이 있다고 해서 물의 신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신비로움으로 가득한 이곳에서 연인들은 이 가을의 전설을 새로 쓰고 있는 중이다.

김정희와 시놀이 팀에서 김효선 시인의 용두암을 낭송한다. 늘 하나가 모자라 쓸쓸한 주어로 태어난 우리의 운명 혹은 전설 같은 이야기다.

 

하나가 모자라 하나를 채우려고

태어난 걸 모른 채 우리는 고개를 돌린다

 

운명이 비껴가야 전설로 남는다 그러니

온전한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카페 유리창 너머 끊임없이

바다로 돌진하는 자동차와

물살을 가르며 달려 나오는 자동차

낄낄대며 웃다 바다와 눈빛이 마주친다

 

가위 바위 보

사랑은 언제나 지는 쪽에 서 있는 사람

무엇을 앓아야 아침이 오는지 모른 채

선에서 선을 넘지 않으려는 아득

 

사랑을 잃었을 때

바다는 안개를 잔뜩 데리고 와서

흰구슬 줄까 파란구슬 줄까

그만 무서워져 도망치고 마는데

 

전설로 남지 못한 밤은 길고

하나가 모자라 하나를 잃어버리는

쓸쓸한 주어, 나는

-김효선, ‘용두암전문.

 

운명이 어떻게 전설로 남는지 알 수 없지만 우리가 태어난 순간이 운명이고 전설이다. 창조적 운명의 탄생이 바로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수없이 많은 실수와 실패를 통해 온전한 하나가 되기 위한 과정. 인간은 여전히 진화하는 중이며 스스로 앓는 존재다.

김기태님이 가을에 어울리는 감미로운 음악을 선사한다. 음악을 따라 왔는지 어디선가 호랑나비 한 마리가 가을 색을 물고 날아왔다. 기타 소리에 빠져 가을을 즐기는 호랑나비
김기태님이 가을에 어울리는 감미로운 음악을 선사한다. 음악을 따라 왔는지 어디선가 호랑나비 한 마리가 가을 색을 물고 날아왔다. 기타 소리에 빠져 가을을 즐기는 호랑나비

그렇게 시에 푹 빠져 있는 동안 어디선가 호랑나비 한 마리 가을색을 물고 날아온다. 김기태님의 기타소리에 빠져 가을을 즐기는 호랑나비. 느리게 느리게 가을 햇살이 좀 더 머물렀으면 하는 날. 용연으로 나들이 온 관광객들도 푸른 연못으로 날아든 호랑나비를 좇아 만연한 가을색을 저장하느라 셔터 누르는 소리가 요란하다.

김민경님이 아코디언으로 ‘꽃밭에서’를 연주한다. 눈앞에 펼쳐진 멋진 풍경, 귓가에 들리는 아름다운 음악소리. 꿈인가 생시인가 용연의 가을 정취에 그동안의 시름이 푹 잠긴다.
김민경님이 아코디언으로 ‘꽃밭에서’를 연주한다. 눈앞에 펼쳐진 멋진 풍경, 귓가에 들리는 아름다운 음악소리. 꿈인가 생시인가 용연의 가을 정취에 그동안의 시름이 푹 잠긴다.

호랑나비는 훨훨 날아서 아코디언 김민경님의 꽃밭에서달디단 오수를 즐긴다. 꿈인가 생시인가 용연의 가을 정취에 그동안의 시름이 푹 잠긴다.

성악가 윤경희님이 ‘노을’을 부른다. 가을이 무르익을 때쯤이면 노을은 더 붉어진다. 가을을 닮은 노래가 용연을 감싼다.
성악가 윤경희님이 ‘노을’을 부른다. 가을이 무르익을 때쯤이면 노을은 더 붉어진다. 가을을 닮은 노래가 용연을 감싼다.

가을이 무르익을 때쯤이면 노을은 더 붉어진다. 성악가 윤경희님의 노을이 가을 들판 너머로 붉게 붉게 타오른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곳이 바로 가을의 전설이다.

 

사회 김정희

시낭송 김정희와 시놀이(이정아, 장순자)

무용 한정희

트럼펫 이태주

아코디언 김민경

기타 김기태

성악 윤경희

음향 고한국

반주 김정숙

영상 김성수

그림 유창훈

사진 채명섭

글 김효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