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나의 혐오는 사랑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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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희 춘강장애인근로센터 사무국장·수필가

수능일 오후였다. “엄마 제주도가 왜 이렇게 추워?” “겨울이잖아” 하니 옆에 있던 아빠가“오늘 수능 날이라 추운 거야!” 한다. 어린 자녀는 도무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우리는 수능 한파라는 말을 당연하게 여긴다. 왜 갑자기 추워지는지 대답해 줄 사람이 있을까? 다음 날 저녁 지인들과의 수다 속에서 대답을 떠올렸다.

수능일에는 교회에서도 기도 모임 한다. 기복주의라 반대하는 이들도 있지만, 어디 부모의 마음이 그런가. 나 또한 아들의 고3 시절 기도를 했다. 아들의 합격이 아닌 몸과 마음의 건강을 원한다고 생각했고, 그러기에 아들뿐만 아니라 다른 수험생들도 결과에 연연하여 인생이 실패했다는 마음의 병이 생기지 않도록, 몸이 지치지 않도록 다수의 학생을 위해 1년간 기도했다. 하지만 수능시험 당일에는 오직 아들을 위해 기도했던 것 같다. 우리가 사라지고 나의 자녀, 내 가족만이 남는 날, 타인을 위한 마음에 온기가 사라지기에 추운 것은 아닐까? 우문우답을 내본다.

지난 10월, ‘2019년 혐오차별 국민인식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4월과 5월에 거쳐 조사한 내용을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보며 앞서는 걱정은 우리 사회에 혐오 표현이 무분별하게 범람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혐오’라는 말이 대한민국 사회에 통용어로 사용된 것이 얼마나 되었을까? 여러분의 기억을 더듬어 본길 원한다.

국가인권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혐오표현 경험이 있으며, 청소년의 경우 10명 중 7명에 이르는 청소년이 온·오프라인에서 혐오표현 경험이 있다고 한다.

혐오의 사전적 뜻은 ‘싫어하고 미워함’이다. 이런 감정이 요즘에는 개인의 마음이 아니라 집단의 감정으로 부풀려져 표출되고 있다. 여성은 남성을 그리고 남성은 여성을, 젊은이는 노인을 혐오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혐오의 표현들은 집단의 소극적 동의 속에 진실로 둔갑하여 대한민국을 혐오의 늪으로 끌어가고 있다.

혐오의 표현들은 어떻게 생겨나 자라고 있는 것인가? 2019년 조사에서는 국민의 10명 중 6명에 이르는 대다수가 정치인이 혐오 문제를 조장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또한 언론이 혐오 문제를 조장하는 부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인식이 절반에 이르는 다수였다. 거친 혐오 표현들이 핑퐁 게임처럼 오가는 대한민국 오늘의 정치와 가짜뉴스로 얼룩져 혼탁한 언론을 혐오표현의 조장 자라고 국민이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 조사의 심각성은 혐오차별 관련 전망으로 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에 대한 동의가 81.8%, 사회갈등이 더 심해지고(78.4%) 차별 현상이 고착화 될 것(71.4%)에 대한 동의가 매우 높게 나온 반면, 혐오차별 문제가 자연적으로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한 동의는 22.2%에 불과하였다는 점이다.

입동을 지나 겨울이 물들어 가고 있다. 벌써 첫눈 소식이 들리니, 누군가의 마음에는 벌써 한기가 배어들고 있을 게다. 겨울은 춥고 긴 계절이다. 밤길이 두려운 여성에게 겨울 퇴근길은 급히 서둘러도 칠흑 같은 어둠이 에워싸 버린다. 살얼음이 곳곳에 도사리는 겨울 골목길에 나서야 하는 어르신과 장애인에게는 더더욱 춥고 길다.

이 겨울 혐오표현의 발언으로 냉기를 더하는 이는 누구인가. 나는 아니길 소망하며, 당신 또한 아니길 기대한다. 혐오의 유의어는 증오와 미움이며, 사랑은 반대말임을 모두에게 이야기하고픈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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