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야 산다
바꿔야 산다
  • 제주신보
  • 승인 201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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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송(宋)나라에 쟁기질하는 농부가 있었다. 밭 가운데 나무 그루터기가 있었는데, 풀숲에서 갑자기 한 마리의 토끼가 뛰어나오다가 그루터기에 받쳐 목이 부러져 죽었다. 농부는 이 일이 있고 난 뒤부터 일하지 않았다. 대신에 매일 그루터기 옆에 앉아서 토끼가 뛰어나오길 기다렸다. 그러나 토끼는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그사이에 밭은 쑥대밭이 되고 말았다. 그리하여 농부는 온 나라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한비자에 나오는 ‘수주대토(守株待兎)’의 이야기다. 과거의 영광과 요행수에 집착해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구태(舊態)를 답습하는 정치가들을 비꼰 것이다. 당시는 춘추전국시대로, 중국 역사상 가장 오랜 분열의 시기였으며 불확실성의 시대였다. 자국 이기주의를 감추고 합종연횡하며 국가 간 긴장 국면이 계속됐다. 하지만 시대는 변해있었다. 이전보다 기술은 진보하고 생산성은 높아졌다. 혁신 기술도 빠르게 발전했다. 오늘날로 말하면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진입하는 시기였다. 그런데도 정치는 요지부동이었다. ‘아 옛날이여’ 노래를 부르며 예전의 제도와 권력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민심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에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자유한국당 3선 김세연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여야 ‘거물급’ 인사다. 이들의 이런 상징성을 고려하면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다. 민주당으로선 친문과 86그룹, 한국당으로선 친박·영남권을 향한 용퇴 압박이 거세질 전망이다.

어쨌든 ‘인적 쇄신론’은 불을 댕겼다. 사실 역대 선거에서 ‘현역 불출마’ 와 ‘세대교체’는 승리 방정식 중 하나였다. 누가 누가 물갈이를 잘하느냐에 따라 총선 판도가 달라진다. 민주당에선 7선의 이해찬 대표와 초선 비례대표 이철희·표창원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기국회 후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의원들도 몇몇 있다. 한국당에선 김세연 의원 외에 부산 6선 김무성 의원과 초선 비례대표인 유민봉 의원, 경남 재선 김성찬 의원 등이 불출마의 결단을 내렸다.

‘구관이 명관이여’라고 외치며 뭉개는 중진들로선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게 됐다. 떠날 때를 알아야 하는 데 그게 문제다.

▲새로운 토끼를 잡으려면 새로운 먹이를 준비하든, 새로운 전술이 있어야 한다. ‘미워도 다시 한번’, ‘니가 가라 하와이’로는 어림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