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민주주의를 향해
더 큰 민주주의를 향해
  • 제주신보
  • 승인 2019.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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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전애 변호사/논설위원

하루가 다르게 차가워지는 바람을 느끼며, 2019년도 이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구나 싶다.

정신없이 달려온 한 해 동안 있었던 일들을 떠올려본다. 부모님 또는 친구들과 함께 했던 여행지에서의 즐거운 기억들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개인적으로 특별히 힘들었던 일도 없었고 별달리 아픈 적도 없었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었고, 활동 반경은 좀 더 넓어졌다. 필자에게는 마냥 따뜻하고 즐거웠던 한 해였던 것이다.

그런데 문득, ‘나 혼자 이렇게 잘 지내도 되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가 대학에 입학했을 당시는 이미 학생운동이 활발한 시기는 지나 있었다. 필자나 친구들 대부분 젊은 시절을 학업이나 연애 등 개인적 관심사들에만 집중했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는 큰 관심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가 변호사가 되었고, 첫 직장으로 제주도교육청에 취업을 하며 나라에 세금을 내게 되었다. 그때부터 조금씩 정치인들이 내 돈 갖고 장난치는 사기꾼들로 보이게 됐다. 조금이나마 세상에 관심을 갖게는 된 것이다.

이후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고 국선변호인으로 활동을 하게 되었다. 그때 처음 알았다. 세상에 힘든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나와 내 친구들이 살아왔던 환경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학사·석사·박사 코스를 밟고 때로는 유학을 가고 원하면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사는 것이, 실제로는 얼마나 큰 혜택을 받고 사는 것인지 전혀 몰랐던 것이다.

국선변호인 활동을 하면서 세상의 불공평함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고, 그렇게 조금씩 세상에 분노하게 되었다. 8년차 변호사로서 그동안 이런저런 사건들을 맡으며 느낀 바는, ‘민주주의’는 구호일 뿐 현실에서는 직장에서도 마을에서도 국가에서도 진정으로 민주적인 모습은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제주에서는 제2공항으로 갈등은 극에 달하고 있다. 얼마 전 제주도청에 회의가 있어 방문했는데, 도청 앞이자 제2공항 반대단체들의 천막 앞인 도로의 콘크리트를 새로 깔고 있었다. 공사소음은 굉장히 시끄러웠고 먼지가 엄청나게 날리고 있었다.

반드시 지금 해야만 하는 공사일까. 도청에서 ‘설마’ 일부러 이 시점에 공사를 한 것은 아니겠지만, 찬반을 떠나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어 보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홍콩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의 대치가 유혈사태로까지 번지며 장기화되고 있다. 최근 중국 인민해방군이 거리 청소를 하는 등 일부러 노출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곧 군이 투입될 조짐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상황이 이러한데 중국의 눈치가 보여 홍콩 시위대를 지지하는 의견은 개인이든 단체든 간에 표명하기 조차 어려워 보인다.

민주주의와 인권. 누구나 쉽게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이루어내지 못하고 있는 숙제들. 선거철이 되면 표로 심판하자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세상 돌아가는 일에 일상적으로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기를.

2019년을 온실 속 화초처럼 살아왔음을 반성하며, 2020년에는 건강한 분노를 표현하는 시민이 되고자 한다. 이러한 분노들이 모여 더 큰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어 낼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