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땅, 날씨가 빚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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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바람난장-서귀포시 도순동 (上)
한여름 흘린 땀이 열매로 돌아오는 그 순간까지 부지런히
욕심을 버리고 자연을 마주할 때 몇배의 고마움으로 답례

 

바람난장 가족이 서귀포시 도순동을 찾았다. 도순동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감귤향을 풍기며 반겼다. 홍진숙 作, 서귀-도순동.
바람난장 가족이 서귀포시 도순동을 찾았다. 도순동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감귤향을 풍기며 반겼다. 홍진숙 作, 서귀-도순동.

만추의 아침에서 배우다

 

흘러가는 구름도 삶에 지친 어깨도 다 내려놓는다. 아득히 저 높은 가슴은 무심한 듯 보이지만 그마저도 큰 위로다. 구름을 걷어낸 화구벽이 선명하다. 파란 하늘 아래 푸른 바다 위에 청고하게 서 있는 한라산. 저 산길 그대로 오르면 하늘과 통할까. 하얗게 날아오르고 싶은 마음을 따라 서쪽으로 달려간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바람난장의 도착에 향긋한 감귤 향기가 먼저 반긴다. 만추의 서막을 알리듯 감귤이 탐스럽게 열려 있다. 이곳은 서귀포시 도순동에 비밀스레 자리 잡은 감귤 농원이다. 익어갈수록 붉은 빛을 띠는 이 농장의 감귤 이름은 인자 조생’. 농장지기의 이름에서 따온 세상에 하나 뿐인 감귤 품종이다. 돌연변이 가지에서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감귤 묘목 하나를 얻기까지 십 수 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사계절 내내 흘렸던 땀이 열매로 돌아오는 그 순간까지 게으름을 모르는 삶. 품을 대주고 사랑을 대주며 한 핏줄처럼 키워낸 그 마음. 솔직한 흙 앞에서 돌아올 땀의 결실은 그래서 눈부시고 농심은 겸손하다. 다가올 수확의 기쁨이 무용가 박소연님의 춤으로 펼쳐진다.
사계절 내내 흘렸던 땀이 열매로 돌아오는 그 순간까지 게으름을 모르는 삶. 품을 대주고 사랑을 대주며 한 핏줄처럼 키워낸 그 마음. 솔직한 흙 앞에서 돌아올 땀의 결실은 그래서 눈부시고 농심은 겸손하다. 다가올 수확의 기쁨이 무용가 박소연님의 춤으로 펼쳐진다.

농심(農心)이란 그런 것이다. 땅이 목숨이고 미래이고 때로는 벗어날 수 없는 벌이기도 하다. 무성한 계절에 흘린 땀이 열매로 돌아오는 그 순간까지 게으름을 모르는 삶. 품을 대주고 사랑을 대주며 한 핏줄처럼 키워낸 그 마음. 솔직한 흙 앞에서 돌아올 땀의 결실은 그래서 눈부시고 농심은 겸손하다. 다가올 수확의 기쁨이 한 편의 춤으로 펼쳐진다. 무용가 박소연 님이다.

 

저절로 익어간다는 생각은 편견이다. 견디는 몫은 오로지 열매에 달려있다. ‘먹구름이 뿌리는 빗살도’ ‘볼을 후려치는 바람도온 몸으로 떠안으며 참고 인내하는 것이다. 뜨거운 계절을 다 살아내고서야 비로소 시원한 바람을 품을 수 있듯 제 몫을 다하는삶이란 치열하지만 고결한 생(生)이다. 이혜정 님의 시낭송이다.

 

 

서귀포시 도순동에 위치한 감귤 농장에 도착하니 탐스럽게 익은 감귤 향기가 가득하다.감귤의 향긋함을 고스란히 시 속에 녹여낸 장승련 시인의 ‘귤을 따며’를 이혜정님이 낭송한다.
서귀포시 도순동에 위치한 감귤 농장에 도착하니 탐스럽게 익은 감귤 향기가 가득하다.감귤의 향긋함을 고스란히 시 속에 녹여낸 장승련 시인의 ‘귤을 따며’를 이혜정님이 낭송한다.

이렇게

노랗고 탐스런 얼굴을 하기까지

먹구름이 뿌리는 빗살도

웃으며 받아야 했다.

 

향긋하고 새콤한 마음을 담기까지

볼을 후려치는 바람도

기꺼이 안아야 했다.

 

때로 가까이 다가오는

농부의 발자국 소리 따라

몸 속속들이 배어나는 실핏줄

 

귤을 따며

제 몫을 다하는 일이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지

이제 알았다.

 

-장승련, ‘귤을 따며전문

 

 

이태주씨의 트럼펫 연주 ‘Moon River’와 ‘Yesterday’가 바람에 날려 울려 퍼진다. 깊어가는 가을, 지금 우리 눈앞에는 눈부신 하늘과 황금빛 열매, 구비치는 오름, 흘러가는 구름뿐이다. 다시 오지 않을 시간. 비워낸 마음자리마다 금빛 희망이 채워진다.
이태주씨의 트럼펫 연주 ‘Moon River’와 ‘Yesterday’가 바람에 날려 울려 퍼진다. 깊어가는 가을, 지금 우리 눈앞에는 눈부신 하늘과 황금빛 열매, 구비치는 오름, 흘러가는 구름뿐이다. 다시 오지 않을 시간. 비워낸 마음자리마다 금빛 희망이 채워진다.

삶에는 늘 비워야 할 때가 온다. 스스로 가진 것을 떨구어 내고 한없이 가벼워져야 할 때가 찾아온다. 꽃이 꽃잎을 떨구어야 열매를 얻듯 욕심을 버리고 자연을 마주할 때 일상은 몇 배의 고마움으로 답례한다. 지금 우리 눈앞에는 눈부신 하늘과 황금빛 열매, 구비치는 오름, 흘러가는 구름뿐이다. 다시 오지 않을 시간. 비워낸 마음자리마다 금빛 희망이 채워진다. 이태주 님의 트럼펫 연주 ‘Moon River’‘Yesterday’가 바람에 날려 울려 퍼진다.

 

이 계절에는 하늘과 좀 더 가까워지고 싶다. 부러 문이란 문은 다 열어두고 가을을 들이겠다. 그렇게 가을의 시간이 다하고 나면 나는 비로소 확신에 찰 것이다. 스스로 오고 가는 것이 시간이듯 가벼움의 뿌리도 무거움인 것을, 다만 가벼움이 모여 삶의 무게가 되는 것을. 나는 깊어가는 가을 끝자락에서 배운다.

 

사회 정민자

그림 홍진숙

시낭송 이혜정

성악 황경수, 윤경희

반주 김정숙

트럼펫 이태주

색소폰 고 결

리코더 오현석

무용 박소연

사진 허영숙

영상 김성수

음향 고한국

글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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