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고도에서 만났던 홍콩청년, Mr. 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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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MD헬스케어 고문/논설위원

요즘 홍콩이 심상치 않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13년 전 처음으로 배낭을 메고, 티베트의 수도 라싸에서 네팔 카트만두까지 길고도 험했던 여정에서 만났던 Mr. 숀을 떠올리게 된다.

필자가 티베트에 갔을 때는 중국 베이징에서 출발하는 고원 철도인 찡깡 열차가 막 개통되어 중국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그때만 해도 티베트의 수도 라싸는 전통적인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었다. 티베트인들이 가장 신성시 여기는 조캉 사원 앞에는 새벽부터 티베트 전역에서 올라와 엎드려 오체투지하는 순례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포탈라 궁의 모습도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고, 그 위에 하늘은 정말 파랗다.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바다같이 넓고 푸른 남초 호수(해발 4718m)에 가면 마치 천상의 세계에 온 느낌이 들 정도다.

라싸에서 고산증에 적응하며 며칠을 보낸 후, 한국에서 여행사가 알려준 대로 바코르 광장 근처에 있는 ‘야크 호텔’에 가서, 도미토리 룸 앞에 있는 게시판을 찾아갔다. 라싸에서 우정국로를 따라 얌드록초 호수,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이곳 사람들은 에베레스트를 초호랑마라고 불러 왔다. ‘세상의 어머니’라는 뜻이다), 카트만두까지 가는 차마고도의 동반자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도 한국인 청년이 동반자를 구한다는 메모를 발견하여 합류 의사를 표했더니, 다음 날까지 총 11명이 모였다. 한국인은 4명, 나머지는 일본인 4명, 호주인 1명, 그리고 홍콩인 Mr. 숀이었다. 이후 랜드 크루저 2대를 빌려서 3박 4일 동안의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주로 비포장 길로 달려간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해발 5300m) 텐트촌은 서 있기 힘들 정도로 바람이 세차게 불었고, 해가 지면 기온도 급격히 떨어져 텐트 안에서 야크 똥 난로로 밤을 지내기는 너무 추웠다. 그래도 다음 날 우리 일행은 일출과 함께 황금색으로 나타난 초호랑마를 보는 감격을 누렸다.

여행에서 고생은 서로를 친하게 만들어 준다. 이때 홍콩인 숀은 영어와 중국어로 소통하며 식당에 있는 수십 가지 음식 메뉴를 골라 주는 역할을 하였다. 그가 없었으면 거의 매일 비슷한 음식을 먹고 때웠을 것이다.

우리 일행이 밤을 새우며 서투른 영어로 속내를 나눈 때는 국경도시 장두를 앞두고, 차가 고장 나서 작은 티베트 마을에서 예정에 없던 하루를 보낸 밤이었다. 지붕 없는 변소에 올라가 밤하늘을 쳐다보니 머리 위로 별이 쏟아지는 밤이었다. 그때 ‘잃어버린 20년’을 겪고 있던 일본 청년들은 요즘 우리나라 청년들이 안고 있는 고민과 거의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대학교 졸업해도 취업할 곳이 없다고, 희망이 없다고. 홍콩인 숀은 홍콩의 주권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후, 불안한 속내를 숨기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역사적 사건이나 현상이라는 것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지는 않는 듯싶다. 그 원인과 결과가 켜켜이 쌓이고 쌓여야 비로소 사람들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되었다는 신호도 보이고 있고, 미·중 패권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반도는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그런데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것과 생각하는 바가 너무 다르다. 결국 역사가 평가할 것인데 올바른 선택이 이루어지도록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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