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인 심정 느낄 수 있는 영상과, vr체험 공간도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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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세 늙은 이 몸이 한마디 말이 어째 큰 죄가 되어 거칠고 먼 바닷길을 가노라’(우암 송시열 시 中)
중죄를 지은 사람을 먼 곳으로 보내 다시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 형벌인 유배. 조선시대에는 사형 바로 전 단계의 중한 형벌이었으며 당쟁으로 얼룩졌던 시기에 반대파를 탄압하고 고립시킴으로써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많이 이용됐다.
특히 수도인 한양과 가장 먼 곳에 위치했던 제주는 조선 제일의 왕뿐만 아니라 사대부 양반을 비롯해 중인, 평민 등 계층은 물론 남녀노소를 따지지 않았으며 유배 이유도 정치적 다툼에서 도둑질까지 다양했다.
국립제주박물관(관장 김유식)은 제주 유배문화를 소개하는 특별전 ‘낯선 곳으로의 여정, 제주 유배인 이야기’를 26일부터 내년 3월 1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1부 ‘먼 길 낯선 여정, 제주 유배를 들여다보다’, 2부 ‘낯선 땅 가혹하고도 간절했던 시간을 기다리다’, 3부 ‘제주 유배, 그 후’ 크게 3부분으로 나눠 유배인들의 삶, 사랑, 학문 그리고 제주 사람들과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1부에서는 유배의 역사와 다양한 이유로 제주에 유배 온 인물들을 조명한다. 조선시대 제15대 임금이었지만 한순간 유배인의 신분으로 추락한 광해군의 ‘광해군일기’ 등을 비롯해 송시열의 초상화, 글씨 등을 전시했다.
2부에서는 조정철이 제주 여인 홍윤애를 위해 써준 ‘홍의녀의 묘’ 탁본 등을 통해 외롭고 처참했던 유배 생활에서 찾아온 사랑을 엿볼 수 있다.
3부에서는 유배인이 제주에 남긴 흔적과 제주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개한다. 제주에 정착해 가문을 일으킨 입도조 자료와 오현의 사적을 기록한 ‘오선생사적’ 등을 통해 제주에 뿌리내린 오현에 대한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또 전시관 한 편에서는 유배인의 심정을 느낄 수 있는 영상과 ‘세한도’를 가상 체험할 수 있는 ‘디지털 세한도 vr’코너도 마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