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테르 효과’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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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로테여, 적어도 나는 당신 때문에 죽는다는 행복과 당신을 위해서 이 몸을 바친다는 행복을 누리고 싶소. 당신의 생활에 평화와 기쁨이 다시 돌아온다면 나는 기꺼이 용감하게 죽겠소.”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1774년에 간행한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한 구절이다.

괴테는 자신의 실연 체험을 바탕으로 오늘날까지 명작의 하나로 칭송받는 불멸의 고전을 남겼다. 그 내용은 이렇다. 소설의 주인공인 베르테르는 아름다운 여인 로테를 알게 돼 한눈에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로테가 끝내 약혼자와 결혼하자 슬픔과 절망을 이기지 못하고 권총 자살을 한다.

▲소설은 당시 문학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유럽 전역에서 베스트셀러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베르테르에게 공감한 젊은이들이 그를 따라 자살하는 일이 급증했다. 많은 사회과학자들이 그 원인에 관심을 가지면서 ‘자살의 전염성’에 대해 연구를 하게 됐다.

1974년 미국의 사회학자 필립스는 이를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라고 했다. 베르테르 효과는 자신이 닮고자 하는 이상형이나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유명인 등이 자살할 경우 그를 모방해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으로 정의된다. ‘동조 자살’, ‘모방 자살’이라고도 불린다.

▲실제 1962년 전설적인 여배우 마릴린 먼로가 자살한 뒤 미국의 자살률이 약 12% 증가했다. 1977년엔 최고의 록스타였던 엘비스 프레슬리가 사망하자 그를 추모하는 자살 행렬이 있었다. 2003년에 홍콩 영화배우 장국영이 투신자살한 후 일반인의 모방 자살이 잇따랐다.

거기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유명인의 극단적인 선택이 이어지질 때마다 자살도 늘었다는 거다. 이와 관련해 삼성서울병원 전홍진(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그 효과를 입증했다. 유명인 1명이 자살한 뒤 한 달간 하루 평균 자살 빈도가 36.2명에서 45.5명으로 증가한 게다.

▲가수 겸 배우인 고(故) 설리가 지난달 14일 세상을 등진 데 이어 지난 24일 걸그룹 카라 출신의 가수 구하라가 28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적잖은 사람들이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고 있다. 그러면서 베르테르 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파파게노 효과(Papageno effect)’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이는 자살에 대한 언론 보도를 자제함으로써 자살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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