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운명
정해진 운명
  • 제주신보
  • 승인 2019.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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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다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선택권이 없는 것은 다하지 못한 숙제를 마쳐야 한다는 책임이자 의무이다. 느리게 어디인 줄 모르는 목표를 향해가는 것은 마치 돌 사이에 쇠잔한 물이 강이 되고 바다로 가는 성장 과정이다. 지구여행에서 부와 출세, 명예는 연극 무대의 소품에 지나지 않는다. 보다 분명한 것은 누군가에게 행복꽃을 피워주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동네에서 작은 옷 가게를 운영하는 분과는 인사는 나누지만 서로의 대해 묻지 않았기에 편한 이웃으로 지내고 있었다. 어느 날 그분이 이름을 바꾸고 싶다고 찾아왔다. 이름이 너무 흔해 학교 다닐 때는 숫자로도 불렸단다. 처음 마주 앉았는데 뭔가 짚이는 게 있었다. 말을 꺼내기 곤란했지만 조심스럽게 집안에 나와 유사한 일을 하시는 분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사실은 엄마가 무속인이었다고 답했다. 아버지의 극심한 반대로 대놓고 하지는 못했지만 점사를 보기도 하고 길흉을 빌어주는 굿도 했었다고 한다. 이미 돌아가셨지만 숨기고 싶은 비밀이란다.

그리고 근래에 몸이 아파 병원에 가면 의사는 아무 이상 없다고 그저 속 편하게 지내라고만 한다고 고민을 말했다. 정작 심할 때는 잠조차 이루지 못할 고통도 따른단다. 그런 날에는 가위눌림까지 와서 괴롭다고 털어놨다.

다음날 연락을 하기로 하고 영적 대화를 하니 정확한 답이 나왔다. 부연 설명은 추후로 미루고 업종 변경을 권하였다. 사주 공부를 하면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지만 최고가 아니면 차선을 택하라고 답답함을 풀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다. 지금 하는 자리에서 빚을 내서라도 카페를 하리고. 개명 대신 상호를 지어주겠다고 하니 반색하며 얼마 전부터 막연히 그래야겠다는 상상을 했단다. 농담처럼 관상이나 손금 보는 법을 가르쳐 줄 테니 손님들을 대상으로 봐주면 어떻겠느냐 하니 그리하잖다.

배움의 속도가 빠른 것은 그의 잠재 능력 때문이다. 이제는 본업보다 상담하고자 오는 고객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니 일석이조이다. 사별과 이혼으로 혼자가 된 여인들이 가끔 부족한 일손을 도우러 오는데 이들에게도 시작해 보라고 권하고 있다고 한다.

구약 욥기 37장 7절(모든 사람에 손에 표적을 남겨)을 이해하기보다는 받아들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