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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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한국인의 과잉 진료는 유별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건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외래진료 횟수는 연간 16.6회다. 2012년 이후 연속 세계 1위다. OECD 국가 평균 7회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예컨대 제주시의 한 의료수급자는 2015년 630차례나 병·의원을 오가며 6000일치 약을 처방받았다. 서귀포시의 다른 이는 2016년 13개 의료기관에서 574회 진료를 받고 1863일치 약을 탔다. 소위 ‘의료 쇼핑’의 최고 기록으로 가히 혀를 내두르게 한다.

의료 쇼핑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로 환자들이 싼 가격에 이 병원 저 병원을 돌아다니며 과잉 진료·처방을 받는 현상을 말한다. 4000원만 있으면 웬만한 전문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자기공명영상(MRI)과 초음파 검사의 건보 적용은 이른바 ‘문재인 케어’의 상징이다. 지난해 10월 뇌와 뇌혈관 MRI 검사를 시작으로 11월 흉부와 복부, 내년 척추 등으로 혜택 범위가 확대된다.

그러다 보니 현재 대학병원 MRI실은 24시간 가동에도 밀려드는 촬영을 감당 못해 속수무책이라고 한다. 입원 환자들이 자다가 일어나 새벽 3시에 MRI를 찍을 정도다. 실로 해외토픽감이 아닐 수 없다.

특히 2021년부턴 신체 전 부위에 대한 초음파와 MRI가 모두 보험으로 보조된다. 환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더 기승을 부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당연히 국가 의료비 부담이 예상치보다 크게 뛸 거라는 전망이다. 무엇보다 진료가 급한 중환자들이 제때 검사를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게 심각한 문제다.

▲올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7세로 일본에 이어 둘째 장수국이다. 그렇지만 자기 건강이 좋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매우 낮았다. ‘나는 건강하다’는 응답률이 OECD 국가 중 최저인 33%다. 미국(88%)은 물론 OECD 평균(68%)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이런 현상을 의료계에선 ‘건강염려증’과 연관지어 해석한다. 사소한 신체적 증세나 감각을 심각한 질병으로 확신해 두려워하는 증상이다. 기침이 잦으면 스스로 폐렴으로 오인하는 식이다. 아는 게 병이라 했듯 병원을 순례하는 의료 쇼핑의 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건보 재정은 8년 만에 처음 적자로 돌아선 뒤 올해는 3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방구석에 한 보따리씩 쌓이는 수많은 약들을 사라지게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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