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사회적 농업, 사라숲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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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옥, 서울과학종합대학원 특임교수/논설위원

물고기와 숲과 별이 한 형제인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한 가족으로 살아갈 수는 없을까? 아름다운 숲이라면 그처럼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들어 갈 수 있으리라. 바로 그러한 숲을 상상하며 ‘자연으로 가자’는 모토 하에 한 해 두 해 가꾸어진 곳, 사라숲은 제주시 사라로에 위치한 농업회사 법인이다. 농업 활동을 통해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놀고, 어르신들은 자연과 교감함으로써 모두가 행복하게 추억을 만들어가는 곳 말이다.

이곳에서 봄에는 제비꽃·수선화·매화꽃 등을 관찰하고, 텃밭을 일구어 씨앗과 모종을 심으며, 농업문화를 이해하고 농부의 수고와 고마움을 느낀다. 여름이면 직접 키운 식물로 화분 만들기와 음식물 준비 등 예술을 체험하고, 곤충채집·진흙놀이·돌담 쌓기 등으로 창의성과 협동심을 키운다. 가을에는 옥수수·고구마 등 농작물을 수확해 모닥불에 구워먹으며 수확의 기쁨을 맛보고, 감귤·단감·매실 따기 등을 통해 농부체험을 해본다. 겨울에는 눈 쌓인 구릉지에서 비료마대를 이용해 썰매타기를 하고, 눈사람 만들기·눈싸움하기·팽이 돌리기·연 날리기 등 전통놀이로 심신을 단련한다.

아름다운 숲을 소유한 게 이유가 되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농장을 개방한지 5년. 올해 들어 사라숲은 제주도가 공모한 사회적 농업 지원사업에 선정되는 보람을 얻었다. 사회적 농업은 자연과 교감하는 농업활동 본연의 속성과 농업에 내재된 고유의 장점을 활용해 노인이나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게 교육·고용·돌봄·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사업을 의미한다. 생산성 위주의 농업이 아니라 복지 개념을 접목해서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는 사람 중심의 농업이다. 이를테면 네덜란드의 케어팜(치유 농장)처럼 농업을 통해 치매 노인, 자폐아, 마약·알코올·게임 중독자들의 정신과 육체의 질병을 치유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농림축산식품부가 사회적 농업 확산 추진 전략을 수립해 한국형 사회적 농업 모델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제주도 또한 제주의 특수성이 반영된 제주형 사회적 농업 모델을 개발, 추진 중이다. 사실 사라숲은 정부가 2018년에 실시한 사회적 농업 시범사업의 최종 단계에서 탈락되는 아쉬움을 겪었다. 입지나 자연 경관, 프로그램 경험 등이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채소나 과수 등 전형적인 농작물 생산 면적이 부족한 게 약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점에서 농업이 주는 부가적 기능과 자연적 경관을 이용하는 등의 사회적 요구를 포괄적으로 수용하는 제주도의 사회적 농업 전략은 보다 미래적인 것으로 이해된다. 이것이야말로 케어팜의 성장 비결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치매나 장애뿐만 아니라 어린이 돌봄이나 체험 관광 등 교육과 여가를 주제로 하는 케어팜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제주도의 농업환경 및 산업특성이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전략 방향이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은 지역마다 다르지 않는가.

경영 컨설턴트 자격으로 사라숲의 2년차, 3년차 심화과정을 준비하면서 푸드 아트·전통차 만들기·화분 가꾸기 등의 전문가들을 모아 자문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운영의 묘를 살리기 위해 재능기부를 자원하는 농촌마을의 친구들을 모았다. 사회적 농업에 ‘모다들엉 수눌음’의 제주도 특성을 더하려는 의도다. 이로써 노동이 재밌는 놀이요 즐거운 추억으로 변신하였다.

한 해를 되돌아보는 시간.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작은 숲)’를 떠올려본다. 그저 화면 가득 봄·여름·가을·겨울이 펼쳐질 뿐인데 가슴이 따뜻하게 젖어드는 순간들. 바로 그 느낌처럼 제주의 사회적 농업이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보듬어 주는 치유의 숲, 어머니의 대지이기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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