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과 지식
인성과 지식
  • 제주신보
  • 승인 2019.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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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림 수필가

한국서원 9곳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세계에 알려지게 됐다. 서원은 조선시대에 지방 지식인들이 건립한 사립 성리학 학교다. 서원에서 제일 중요한 핵심은 사람다운 인재양성이다. 바른 인성을 키워내고 따뜻한 공동체 사회를 지향하는 서원의 교육이념과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추구하는 철학이 현대에 울림을 준다. 분열과 이념 갈등을 넘어 화합과 상생의 가치를 서원의 역사와 전통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이들의 후손이다.

제주도에도 추사 김정희를 비롯해 많은 성현들의 발자취가 있어 자랑스럽고 그 힘이 지역문화의 밑바닥에 아직도 흐르고 있다. 지식인은 옳은 인간성을 갖추고 그 바탕으로 지식을 익히고 소화해서 품위와 양심 있는 사회를 위해 공헌해야 한다. 요즘 소란하고 불안스러운 사회를 보면서 옛 서원의 가치를 잃어버린 우리 교육이 매우 부끄럽고 아쉽다.

우리는 백의민족으로 자연이 아름다운 나라에서 욕심 없이 살았다. 그러나 생각하기도 싫은 어려움들이 많았다. 믿을 수 없는 힘으로 잘 이겨내고 지금까지 온 강한 민족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웃 나라를 침략한 적도 없고 약탈한 적도 없다. 이웃이 우리보다 뒤질 때 나라가 나서서 열심히 돕고 일깨워 주었다. 옛날부터 우리는 위, 아래 나라로부터 침략과 약탈은 물론 오랫동안 지배를 받아 왔다. 우리 재산과 문화는 물론 재능 있는 사람까지도 다 빼앗겼다. 인간 대접을 못 받고 노동 착취를 당했다. 말할 수 없는 처참한 고생과 굶주림 속에서도 우리는 인간성을 잃지 않았고 더욱더 애국심을 갖게 됐다. 온 국민이 나라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걸었고 당당하게 지켰다. 폐허 속에서도 세계가 놀랄 만큼 발전해 지금에 이르렀다. 국민 각자가 각 분야에서 뛰어나게 두각을 나타내며 나라의 기를 살리고 있다. 정말로 열심히들 살고 있다.

그러다가 한 가지 잃은 것이 있다. 경제에만 힘쓰다 보니 인성을 잃었다. 최고의 학력을 갖추고 경험을 쌓아 나라를 다스리겠다는 정치인들이 인성을 갖추지 못한 품위 없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어디서나 항상 똑똑하다고 인정받고 특별한 대우를 받으며 무엇이나 걸리는 것 없이 통하다 보니 만사가 자기 하는 대로 흘러간다는 착각에 빠지고 말았다. 대들보 없는 집을 지은 것과 같이 인성이 없는 지식에만 몰두하다 보니 그 지식이 나 개인의 권익만을 위한 모래성이 됐다.

나라에 헌신하고 품위를 지켜야 할 사람들이 자기 이익과 명예를 위해 가진 불법을 다 저질러 놓고도 양심의 가책도 없이 끝까지 아니라고 버틴다. 본인의 이익만을 위해 벌인 일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나라 전체를 흔들어 놓았는지 모르고 자기와는 상관이 없다고 한다.

지식은 선비 같은 얼굴과 달변으로 요령껏 거짓과 변명으로 사용된다. 이는 지식 소유인으로서 인격적 성장이 안 돼 있어 자기의 신념만 집행하려고 고집한다. 인품을 갖추지 못한 나라나 사람은 반성이나 미안한 마음도 없고 우월감에 빠져 사과도 없이 오히려 당당하다.

우리나라 학교 교육은 지식교육에 치우쳐 있고 어른들의 한심한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후에 어떤 사회를 만들지 부모들은 당황스럽다. 학교 교육은 반드시 인성교육을 병행해야 한다.

우리는 사람 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