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를 잘할수록 가족이 행복해진다
홀로서기를 잘할수록 가족이 행복해진다
  • 제주신보
  • 승인 2019.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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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후, 제주감귤농협 연동지점장·심리상담사/논설위원

세상이 어수선하다. 대한민국.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저성장, 저출산, 인구 소멸 국가 1호, 고령화 현상을 보면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필자는 오늘 아들을 독립시키면서 깨우친 바를 소개한다.

가족은 한없이 사랑하다가 미워지기도 하는 두 얼굴을 지니고 있는데 가족 상담을 하다 보니 따뜻함보다는 가족으로부터 비롯된 슬픔과 아픔, 트라우마를 지닌 사람이 더 많았다. 상대방에게서만 문제를 찾으려고 하면 그토록 원하던 행복한 가족과는 점점 더 멀어진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데 상대방을 변화시키려고 온통 에너지를 쏟는 일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다. 지난날의 상처와 아픔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아 불행의 반복으로부터 벗어나는 실마리를 아는 것이 필요하다.

때가 되면 독립이 필요한데 한국은 서구 나라와는 달리 문화와 양육태도의 차이로 부모와 떨어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독일의 자녀 양육방식은 자녀에게 독립과 자율을 보장해주고 스스로의 인생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에 ‘분리와 독립’이라는 면에서 한국에 비해 빠르다. 성인이 된다는 것은 ‘내가 이 세상에 혼자 있다’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부모마저 ‘내가 아닌 남’이라는 인식이 그 출발점이다. 이 사실을 깨달은 사람은 자기 스스로를 책임지기 시작한다. 요즘 아들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어머니들이 많다는 것을 보면서 자녀보다는 부모가 더 부모 자식 간 분리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는 점, 이것은 곧바로 자식의 결혼 생활을 망칠 수도 있다는 점, 그리고 부모와 자녀 사이에 지루한 전쟁이 시작된다고 경고한 바도 있다.

자녀가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부모를 공격하는 방식은 대개 수동적이고 자학적 성격을 띄는 경향이 강하며 여성의 경우에는 반대로 부모를 떠나기 위해 자포자기식 도피성 결혼을 시도할 수도 있다. 또한 부모가 자녀의 성장을 의도적으로 방해할리는 없는데 부모가 설정한 틀 속에 자녀를 강하게 끼워 맞추려 하다 보니 오히려 자녀의 성장을 가로막는 사례가 발생하며 ‘너는 아직 세상 물정을 몰라’하면서 매우 듣기 싫은 말이지만 반복해서 듣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부모의 시각으로 자신을 보게 된다. 이것을 ‘내사(introjection)’라고 부른다. 부모가 바라보는 방식으로 자신을 대하니 더욱 무기력해지고 무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번에 자녀의 독립에는 부모의 도움이 절대 필수적이고 부모가 가로막고 방해하면 그만큼 독립과 자율을 성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깨우쳐 주었다. 자녀는 부모를 통해서 세상으로 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일 자녀가 세상으로 나가는 것을 부모가 원하지 않고 방해한다면 독립기에 놓인 자녀는 먼저 자기 가족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는 능력을 키우고 가족사를 진정 객관적으로 인식하면 부모에 대한 분노와 원망의 강도가 누그러진다. 부모를 탓하고 상처받으며 좌절하는 대신 그 한계를 받아들이면 현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청년이 행복해야 우리의 미래와 노후가 살아난다. 청년의 행복 가치를 아는 나라만이 위기를 기회로 바꾼다. 21세기에 가장 소중하고 강력하며 결코 대체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자원이 바로 ‘청년’이다. 이제 와 돌이켜 보니 아내와 대화를 나누면서 더없이 소중한 저녁이 있는 삶을 살게 되었다. ‘아들아 고맙다. 너로 인해 나는 비로소 가족을 이해하게 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