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조랑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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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조랑말은 몸집 작은 재래종을 칭한다. 체질이 강하고 지구력이 뛰어나 예전에 원정길 군마(軍馬)로서 적합했다. 각종 사료에 의하면 제주에서 생산된 조랑말은 탐라마(耽羅馬), 제주마(濟州馬), 토마(土馬) 등으로도 불렀다. 여기에 ‘과하마(果下馬)’라고 하기도 했다. 과일나무 밑을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체구가 작다는 것이다.

제주가 말로 유명하게 된 것은 고려 때 원나라가 들어와 탐라총관부(1275년)를 설치하면서다. 일본과 남송을 호시탐탐 노릴 수 있는 바닷길의 요충지인데다, 전략 물자인 군마 생산에 천혜의 조건을 지니고 있었다. 섬이라 방목하기 좋았고, 목초는 풍부했다. 말을 해칠 맹수도 없었다.

▲제주마는 1986년 천연기념물 제347호로 지정돼 보호 관리되고 있다. 하지만 제주 고유의 종인지 등에 대한 정설은 없었다. 지금까지 학계는 대체적으로 교잡종(交雜種)의 시각으로 접근했다. 원나라가 침공한 후 몽골마와 토종마가 교잡해 현재의 혈통을 확립했다는 것이다.

이런 오해가 풀리게 됐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진이 최근 발표한 제주마의 유전체 분석 결과는 의미 있고 놀라울 따름이다. 제주마가 몽골마와 섞이지 않고 독립적으로 진화해 온 품종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제주마와 몽골 토종마(재래마, 자갈란트, 갈샤르), 몽골 야생마(프르제발스키), 유럽종(더러브렛) 등 6개 품종 41마리의 유전자를 비교 분석한 결과에서다. 제주마는 이들 종과는 특이한 유전자를 여럿 지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품종과 피를 나누지 않은 순수 혈통이라는 것이다. 100년간의 원의 지배하에서도 자신의 핏줄을 악착스럽게 지킨 것이다.

연구진은 “지금까지 제주마가 몽골마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오랫동안 독립적으로 진화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11월호에 실렸다. 이 연구 저널은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의 자매지다.

▲제주마의 근본은 밝혀졌다. 그 자체를 오랫동안 몰랐던 것에 대해 부끄러워해야 한다. 이제라도 알았으면 그 가치를 높여줘야 할 것이다. 첫 단계가 정명(正名)이다. 제주마엔 미안하지만, 교잡종으로 인식됐다. 고유종이라면 그에 맞는 이름이어야 한다. 순수 혈통이란 인식을 강하게 심어줘야 한다. 제주조랑말은 제주조랑말이다. 그래야 더욱 천연기념물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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