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추억 속 원도심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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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이 흐르는 도심 속 계곡 골목길
흔적만 남은 동문 흔적 상상력 자극
역사·문화의 축소판 산치천 거닐어
과거와 현재 공존, 산포조어의 현장
폐허가 된 풍경들 쓸쓸함 자아내
1970년대 산지로의 모습. 산지로는 다른 지방과 제주를 잇는 관문인 산지항과 연결되는 주요 도로였다. 출처 : 제주특별자치도 刊 ‘사진으로 보는 제주역사’
1970년대 산지로의 모습. 산지로는 다른 지방과 제주를 잇는 관문인 산지항과 연결되는 주요 도로였다. 출처 : 제주특별자치도 刊 ‘사진으로 보는 제주역사’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돌하르방광장에서 여정을 시작한 동성(東城돌하르방길, 삼성혈의 돌하르방올레를 둘러보고 지척에 있는 광양당으로 들어서니 피안의 세계처럼 펼쳐진 산지천 상류 계곡이 방문객을 반긴다.

적막감과 평화로움마저 느낀 방문객들은 계곡으로 내려가고픈 충동을 억제하며 계곡 옆길을 따라 맛있는 음식처럼 이곳의 풍경에 빨려 들어간다. 도심 속의 계곡 골목길을 걷다보니 이내 성담으로 에워싼 제이각에 오른다. 제이각에서 동성을 흘끔 엿보곤 남수각 내리막 뒷골목길에서 폐가를 보니 관아에 보내는 북소리가 방문객의 박동을 울린다.

지금은 사라진 남수구 홍예교를 걷는 일은 상상의 길을 거니는 일이다.

눈에 보이지 않은 것을 보게 하는 것이 역사문화의 힘임을 실감한다. 동성협로등정길을 오르니 이내 동성(東城)굽터는 추억의 기찻길로 바뀌고, 그길 막골목에서 사유지에 숨어있는 동성(東城)담벼락을 본다.

이 새롯길로 가자고 하고 싶으나 개인집이 막으니 가던 길을 되돌아 나와야 한다. 성굽골목길 막아선 두 집에 통행세라도 내어 걷고 싶은데.

다시 관아에 보내는 북소리과 방문객들에게 메아리로 들리는 듯하다. 되돌아 나와 다시 만난 동성(東城)굽길에서 여러 채의 폐가를 보니 마음이 더욱 쓰려온다.

재생된 이 폐가 찻집에서 수다 떠는 젊은이들의 음성을 듣고 싶은 간절한 소망을 가슴에 담는다. 성굽골목길에서 서민의 아픔도 보고 한적한 4차선을 건너니 다시 동성골목길로 접어들고 이내 장대인 운주당을 만난다.

1555년 을묘왜란 이후 10년 뒤 동성을 쌓은 후 이내 세운 제주방어사령부 같은 운주당. 복원하는 건지 마는 건지, 가슴이 답답하여 다시 관아에 큰 북소리 울린다.

역사와 문화의 힘을 한껏 올려놓으려 주변은 장대하게 장식한 것에 비해 1년여 여러 번 운주당을 찾아보아도 진전이 없는 듯하다. 역사문화재에 대한 방치 내지 무관심한 현장을 보니 또 관아에 북소리를 보내려는 심정이 심장을 파고든다.

1960년대 관덕정 동남쪽에 자리한 돌하르방.
1960년대 관덕정 동남쪽에 자리한 돌하르방.

신문고 울리려는 심정으로 운주당터를 뒤로하며 발걸음을 옮기니 1960년대 중학생 시절 실제로 보았던 옛 동문파출소 옆 동문성굽담길이 나타났다. 그 옛날 군인들이 훈련하던 연무정으로 나있는 동문한질 4차선을 건너고 나니, 사라진 동문(東門)과 돌하르방 대신 동문연상루 표지석이 그나마 반겨준다. 이에 힘입어 동성(東城)과 동문과 돌하르방을 상상한다.

제주의 관문인 화북포와 조천포로 통하는 동문한질을 나서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아 하는 동문인 연상루는 표지석으로만 남아있다.

그나마 당시의 초석으로 보이는 돌들이 근방의 집 앞에 장식품처럼 서 있음에 이곳이 바로 동문 일대임을 실감케 한다.

이어진 길따라 가니 바로 옆에 기상청으로 향하는 길목이 나타난다. 제주 원도심 역사문화의 원류 지점에 내가 서 있다. 흔적 대신 서 있는 표지석이 우리의 상상력을 시험하는 듯하다. 그러던 중 기상청 성담이 신기류처럼 우리에게 나타났다. 몇 안 되는 진짜 동문 성담이다.

만져보고 돌아보며 남은 성담에 취한다. 공신정을 허물고 들어섰던 제주신사의 몰염치한 일제의 식민정책을 떠올리며 내려선 곳은 삼천서당 터이다. 제주의 젊은이들이 배움에 목말라 하던 시절 이곳은 단비와 같은 곳이었다. 이곳에 오면 훈학을 펼쳤던 매계 이한우 선생의 영주십경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추사 김정희 선생이 제주 최고의 지성이자 시인이라고 칭찬할 정도로 매계는 제주 도처의 풍경과 인물들을 시에 담았다. 그중 압권은 영주십경이다. 이를 차례대로 소개하면, 성산일출·사봉낙조, 영구춘화·정방하폭·귤림추색·녹담만설, 영실기암·산방굴사, 고수목마·산포조어이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곳에는 산포조어의 현장이다. 제주 원도심 역사문화의 축소판인 산지천을 거니는 것 역시 의미 있는 산책일 것이다.

제주 원도심 역사문화의 길 코스 탐방.
제주 원도심 역사문화의 길 코스 탐방.

산지천은 산저천에서 비롯된다. 금산보다 낮은 하천이란 의미이다. 산지천에 놓인 조천석을 찾아가는 것도 의미 있기에 붙임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산천서당 터를 보고 바다 쪽으로 조금 가니 폐허로 남은 제주 최초의 명성호텔이 자리하고 있다.

그 옛날 영화를 생각하며 서 있는 호텔이 애처로운 것처럼 기상청에서 내려오는 경관 좋은 길을 돌담을 쌓아 막아놓은 것은 더욱 스산한 풍경이다. 주변에 있는 폐허가 된 세 채의 함석집이 더욱 쓸쓸함을 자아낸다. 어쩜 변방이 되어버린 지역을 찾아오니 폐허가 된 그들도 더욱 반기는 듯하다. 관아에 보내는 북소리가 더욱 또렷이 들리게 치고 싶다.

산지천 맞은편에는 북성 북수구문이 있던 홍예문 터를 알려주는 표지석이 오늘 따라 더욱 선명하다. 그 옆에 난 공덕동산이라 부르는 골목동산을 조금 오르면 바다 쪽으로 난 소롯길로 들어서고 이내 공덕동산을 만든 고서흥의 공덕비를 만난다.

공덕동산 골목길은 세 갈랫길이다. 하나는 산지천으로 나가는 길이고, 건입동노인회관으로 가는 두 번째 골목길에는 김정 목사의 제주에서의 일대기가 벽화그림으로 소개되고 있다. 가장 오른쪽 길이 금산공원으로 들어서는 소롯길이다. 금산공원 정면 바다 쪽에는 김만덕기념관 후면이 보이고 그 오른쪽에는 건입동 마을박물관이다.

아찔한 금산공원 전망탑을 돌아돌아 내려와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나가면 분수대에서 치솟는 물기둥이 나그네의 시름과 땀을 씻어준다. 높은 돌계단을 올라서면 여전히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동산 길을 조금 가면 우측으로 아기자기한 피난민 골목들이 나타나고 이 길을 조금 돌아 나오면 건입동사무소가 나타난다. 맞은편 4차선 찻길을 건널 기회를 엿보며 숨찬 걸음을 잠시 멈춘다. 한적한 한길을 건너 조금 내려오면 동문·돌하르방길 종례지점인 동자복미륵석상 공원이 나타난다.

그만큼 이곳은 바다 위에 형성된 절벽이 길게 펼쳐졌던 제주 최고의 경관을 자랑하던 지역이었다. 바로 멋진 풍경을 자랑하는 한 편에 만수사를 짓고 세운 것이 동자복미륵석상이다.

아름다운 인생은 어떤 삶일까. 여행처럼 삶의 여정을 수놓는 다면 그 또한 멋진 인생의 아닐까 한다. 우리가 두 달 여간 걸었던 동성(東城돌하르방길이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여행이 되었길 바란다. 그리고 더욱 멋진 시간여행이 되도록 관아에 다음의 소식을 담은 북소리를 울리고자 한다.

다음 호부터 질토래비 역사문화탐방길은 마대기빌레, 월계정사, 4·3유적지 등을 잇는 한수풀길을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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