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와 건달들, 그리고 화학
아가씨와 건달들, 그리고 화학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변종철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전 제주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장

아가씨와 건달들1950년 초연된 뮤지컬이다. 이것은 데이먼 러니언의 두 단편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브로드웨이에도 가장 명랑한 뮤지컬 코미디의 하나로서 평가가 높은 작품이다.수녀 사라가 스카이 매스터슨에게 노래한다. “내 사랑이 찾아올 때 나는 알게 되리스카이가 낮은 소리로 화답의 노래를 한다. “내 사랑은 내게 놀라움으로 다가올 것이며/ 내 사랑, 나는 운명에 맡기려 하고/ 화학에

아가씨와 건달들에서 스카이 매스터슨과 수녀 사라는 사랑에 빠져 주제가를 부르고 그들 사이의 화학에 의해 더욱 행복하게 지내게 되었다. 이 뮤지컬은 러브스토리이다. 그렇지만 인생은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다르다.

인생이라는 것은 뮤지컬보다 훨씬 더 복잡다단하고 오묘하다. 인체에는 수많은 화학작용에 의해 천태만상의 상황들이 전개되기 때문에 인생은 행복과 불행, 선행과 악행, 웃음과 눈물 등 변화무상한 일들로 점철된다.

일상생활에서 무엇이 우리를 사랑에 빠지도록 하는 것일까? 물질적인 관점에서 보면 타인이 나를 보고 느끼는 감정이나 내가 타인을 보고 느끼는 감정은 화학작용에 의한 것이다. 환언하면 인간들 간의 상호작용은 인체 내 화학작용의 결과이다.

눈과 신경 내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에 의해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으며, 뇌속의 화학반응에 의하여 사람들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결정할 수 있다. 화학자들과 생화학자들은 인간이 보고 말하고 다른 사람과 접촉하는 것과 관련된 기본적인 화학반응에 관하여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사랑이라는 것도 과학적인 과정을 통해 연구할 수 있다. 우리가 누군가를 만났을 때 심리학자들은 우리가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에 관해 연구할 것이다. 인류학자들은 인간이 서로 짝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인종적인 성향에 대하여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렇지만 화학자들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보았을 때, 인체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가 알고 싶어 할 것이다.

화학자들은 곤충들의 성적인 상호작용을 조절해주는 화학적인 신호를 관찰했다. 이와 관련한 물질을 페로몬이라 한다. 이것은 동물의 체내에서 생산되어 체외로 분비·방출하여 동종의 개체 사이에 특유한 행동이나 생리작용을 일으키는 유기 화합물이다. 대부분은 냄새 자극으로서 수용되며, 동료에게 위험을 알리는 경보페로몬, 이성을 불러 모으는 성페로몬 등이 있다.

인간이 사랑을 느끼는 과정을 살펴보면 흥미로울 것이다. “그러나 사랑은 맹목적인 것,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저지르는 아름다운 어리석음을 보지 못한다. 만약 볼 수 있다면, 큐피드도 부끄러워 얼굴을 붉힐 것이다.”(윌리엄 셰익스피어, 베니스의 상인)

첫눈에 마음 설레는 이성을 만나면 호르몬이 불꽃놀이의 향연을 펼치면서 황홀한 감정을 맛보게 된다. 첫눈에 반하면 페닐에틸아민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것은 특히 시각적 자극에 반응하며 어떤 사람을 보고 마음에 들었을 때 기분좋게 만드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

이런 작은 분자가 인체에서 요동을 치면 그 순간에 흥분되며 전율이 일어날 수 있다. 물론 첫눈에 반한다고 해서 저절로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첫눈에 반한 사람이라도 눈에서 멀어지면 쉽게 잊히는 경우도 있지만, 그 찰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현재 인간의 감정과 행동에 관련된 화학반응을 연구하는 것은 초기 단계에 있지만, 이러한 논쟁은 화학을 흥미롭게 만드는 이유 중의 하나일 수 있다. 화학자들은 세상에 대해 배우며 끊임없이 삶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끼치는 화합물들을 발견하면서 그 길을 더듬어 가고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