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그치지 않아도 이 겨울에 솔향을 내주다
다그치지 않아도 이 겨울에 솔향을 내주다
  • 제주일보
  • 승인 2019.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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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산천단(上)
이약동 제주목사, 주민 위해 산신제 백록담서 산천단으로 옮겨
이곳 여덟 그루의 곰솔군은 천연기념물 160호로 지정돼 보호
산천단은 제단과 이약동 목사의 기적비 등이 있다. 이곳의 여덟 그루의 곰솔은 ‘제주 산천단 곰솔 군’(천연기념물 160호)으로 지정되어 자생해온 노거수다. 한 곳에서 500∼600년의 세월을 지켜온 우람한 신목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장수한 곰솔로 알려진다. 바람난장 가족들이 오랜 역사와 문화가 깃든 곳인 산천단 큰 곰솔을 찾았다.

과거 제주 사람들은 한라산 백록담 북단에서 산신제를 올렸다.

고려사에 보면 1253년 국내 명산과 탐라의 신에게 제민의 호를 내리고 춘추로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산신제를 올렸다.

1601년 조선시대에 제주를 찾은 어사 김상헌이 어명으로 백록담에서 한라산신제를 봉헌한 기록이 있다. 한라산신제를 백록담에서 2월에 지냈기에 걸어가서 야영까지 하며 얼어 죽는 사람이 많았다.

1470(성종1) 제주목사로 부임한 이약동이 도민의 고생을 덜기 위해 제주시 아라동의 소산오름 기슭에 한라산신제단을 만들어 매해 2월 첫 정일에 이곳에서 산신제를 봉행했다.

이약동은 관아이속들의 부정을 단속하여 곡물 수량을 감하여 백성의 부담을 덜어주어 존경받는 목사로 알려진다.

내 살림 가난하여 나눠 전할 것이 없고/오직 있는 것은 쪽박과 낡은 질그릇뿐/황금이 가득한들 쓰기에 따라 욕이 되거늘/차라리 청백으로 너희에게 전함만 못하랴’ -이약동 목사가 남긴 시다.

제주시에서 5.16도로로 향하다 소산봉 아래에 위치한 산천단은 제단과 이약동 목사의 기적비 등이 있다. 이곳의 여덟 그루의 곰솔은 제주 산천단 곰솔 군’(천연기념물 160)으로 지정되어 자생해온 노거수다. 한 곳에서 500600년의 세월을 지켜온 우람한 신목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장수한 곰솔로 알려진다.

이곳은 매년 정월에 마을 주민들이 포제 형식으로 한라산신제를 봉행하고, 103일 개천절에 민족혼대제봉행위원회의 산신제, 한라문화제에 산신제가 봉행된다.

1989년 제주지방문화예술인들과 이목사의 후손들인 벽진 이씨 문중회가 공동으로 목사이약동선생한라산신당기적비와 묘단을 새로 건립해 오늘에 이른다.

산천단 큰 곰솔 근처에서 바람난장을 펼친다.

가을 끝자락에 국악단 가향 대표인 전병규님의 자작곡인 가을이 소금으로 연주된다. 새들마저 주변으로 날아들며 경쾌한 멜로디에 오랫동안 동참한다. 그 여운 뒤로 '아리랑''한오백년'이 이어지고 반주에는 현희순님이다.

자연의 소리 같은 연주도 감상했으니 시낭송도 들어본다.

술집에 가자 해서 따라 나섰더니/ 한라산 중턱의 노송나무 그늘로 가/ 내려쌓인 눈 한바탕 밟자 하고/ 바닷가로 내려 와서야.

이용상 시인이 서정주 시인을 모시고 눈 쌓인 산천단으로 향하던 우정과 동선에 친밀감이 한껏 느껴지는 대목이다. 눈 위로 남겨놓은 발자국들도 헤아리다 돌아왔을 테다. 지금은 두 분 모두 고인이 되셨지만 살아생전에 얼마나 가근했으며 이런 시가 탄생했을까. 미당 서정주의 제주 이용상(李庸尙)의 음주서(飮酒序)’를 이혜정님이 낭송한다.

 

술집에 가자 해서 따라 나섰더니

 

한라산 중턱 노송나무 그늘로 가

 

내려 쌓인 눈 한바탕 밟자 하고

 

바닷가로 내려 와서야 덤으로 차리는

 

제주 이용상의 술의 서문(序文)이여.

 

-미당 서정주, '제주 이용상(李庸尙)의 음주서(飮酒序)' 전문

 

뜬금없는 방문객들을 맞아 한동안 예의주시하던 곰솔들의 눈치가 당도한다.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함께하려 시간을 내서 찾아왔다고 마음으로 토닥인다.

소나무야 소나무야를 성악가 윤경희님의 합창 제안에 난장 식구들이 함께 입을 모은다. 이 노래로 말미암아 깁스한 노송의 눈빛도 한결 부드러워진다.

상록수열창에 앞서 상록수노래의 탄생 배경을 풀어놓는다. 이 노래는 청년 김민기가 1977년 인천의 봉제공장에 근무하며 아침마다 공부시키던 가난한 노동자들이 결혼식조차 못 올리자 합동결혼식을 위해 지어져 축가로 불린 곡이다. 흥얼흥얼거리는 동안 불현듯 그 시대의 나 자신을 떠올려보게도 한다.

산천단을 지키는 노송들이 보내는 눈길이 한층 깊어진다. 시리도록 높고 파란 하늘 아래, 남쪽으로 해바라기하던 주지들마저 어느덧 세월에 기울어 철제 깁스에 숫제 의지하고 지내는 형편이다.

이곳저곳 곰솔 가지마다 이끼 낀 곳들이 많거니와 잔가지의 안쪽 잎들은 황갈색 물감이 번져나듯 곰솔의 단풍들이 부산한 마음자락이다. 제 몸도 버거워하는데 보란 듯 세 들어 사는 많은 것들 중에 일엽초와 눈빛이 마주친다.

사회=김정희

사진=채명섭

영상=김성수

그림=이미선

성악=윤경희

시낭송=김정희와 시놀이(이정아/이혜정)

소금연주=국악단 가향(전병규/현희순)

오카리나=오현석

음향=고한국

=고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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