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지어 보셨습니까?
농사지어 보셨습니까?
  • 제주신보
  • 승인 2019.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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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여생 수필가

제도적으로는 문제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국민연금법상 직장가입자라며, 영농 일수가 90일이 안 된다며 농업경영체 등록을 해지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누가 뭐라든 우리가 듣기에는 강요라 생각됐다.

농업경영체 대상 농업인은 농업을 경영하거나 이에 종사하는 자를 말한다. 농업인들은 가족과 함께 농사를 짓고 있으며, 대부분은 임대로 경작하고 있다. 최근에는 농사지어도 임대료 건지기도 어렵다며 임대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도 하지만, 영농비 부담이 만만치 않아서라는 푸념을 늘어놓기 일쑤다.

소농인들은 농사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 농사만으로는 생활이 팍팍해서다. 가족 중 누군가는 취업하여 경제 활동을 해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게 그들의 삶이고 현실이다.

주변에 농사를 지으며 시간제 근로자로 일하고 있는 농업인이 적지 않다. 정규직도 아니고 시간제 근로자인데, 단지 4대 보험 가입자라며 농업 경영인이 아니라는 것은 가당찮다. 일하며 실제 농사를 돕고 있는데, 이들이 농업 종사자가 아니라면 과연 어떤 사람이 농업인인 걸까. 물론 농업인임을 부정한 적은 없다고 한다. 교묘히 배수진을 쳐 놓고 현행법상 어쩔 수 없다며 우기는 것은 농업인이 아니라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겸업하고 있어 90일 영농에 종사하지 않을 거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정부 입장에서의 추측일 뿐이지, 농업인의 현실은 아니다. 농사철 농촌의 하루는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기적인 처사이다.

영농 일수 90일, 실제 전수 조사는 해 보고 하는 말인지. 실제 농업인으로서의 삶을 살아보고 하는 말인지. 그렇지 않다면 함부로 이리 속단하지는 말아야 한다. 툭하면 힘없는 농업인들만 닦달하지 말고 그 시간에 가짜 농업인이나 찾아낼 일이다. 겸업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미 등록된 농업경영체를 해지해야 한다며 부아나 돋우지 말고….

농업 종사자들이 시간제 근로를 택한 이유도 농사와 병행할 수 있어서였다고 한다. 단지 4대 보험 가입자라고 농업경영체 등록을 해지하겠다고 하는 건 절대 아니다. 직접 농사지어 보지 않았다며 이런저런 법을 운운하며 농업경영체 등록을 해지해야 한다고 억지 부리면 안 된다.

농사, 혼자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만약 그런 농업인이 있다면 아마 그분은 3년 이내에 이미 허리, 무릎 환자로 구들장을 지키고 있을 게 뻔하다.

진정 농민을 생각하는 정부라면 열심히 살아가는 농민들 속이나 긁을 게 아니고, 가뜩이나 농산물 가격으로 불안한 농민의 마음을 헤아려 줘야 하는 건 아닌지. 오히려 농산물 가격 안정화에 힘쓰겠다고 격려해 줘야 하는 건 아닌지. 지금 이 시각도 농업인의 허리, 어깨, 무릎은 진물이 날 정도로 파스로 도배되어 있다.

농정에 바란다. 농업경영체 등록도 실제로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면 4대 보험 가입자임을 운운하지 말고 등록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또한, 소외된 농민이 더 나은 삶을 실현할 수 있도록 사람 중심의 농정 개혁이 되어야 한다.

악이 법이 되어서도 안 되겠지만, 법이 악이 되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