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사회와 감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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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혜경, 제주학연구센터 전문연구위원/논설위원

2019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올 한 해의 화두가 되었던 단어 중 하나를 찾으라고 하면, 아마도 ‘감수성’이란 단어가 아닐까 싶다. 성인지 감수성, 문화 감수성, 다문화 감수성, 인권 감수성 환경 감수성 등등 우리 사회 많은 영역에서 우리의 감수성이 발현되기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실 감수성(感受性· susceptibility)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의학이나 전자기학 등에서 주로 사용되어왔던 것을 알 수 있다. 전자기학에서는 주로 외부 전기장에 얼마나 감응이 되는가의 능력 혹은 외부 자기장에 의하여 매질 내부에 자기 모멘트(moment)를 형성하는 정도를 의미한다. 이 의미가 인문·사회적으로 오면서 인간을 둘러싼 사회적 자극이나 현상에 대해 감응되는 능력 혹은 자기 모멘트를 형성하는 정도로 이전되었고,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자기 모멘트를 형성하는 정도 및 능력을 높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따라서 성인지 감수성이란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성불평등 문제 혹은 젠더 문제에 대해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증진시킬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문화 감수성은 우리의 전통 문화 및 새로운 문화에 대한 인식과 공감 능력을 키우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또한 인권 감수성은 인권문제에 대하여 눈감지 말고 좀 더 예민하게 공감하자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감수성을 일깨우고 향상시키기 위한 여러 교육과 훈련들이 나타나고 있다. 바야흐로 감수성의 발현은 시대적 요구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 시대는 감수성을 요구하는 시대가 된 것일까? 사회적 감수성의 발현 차원에서 본다면 처음으로 나타난 것이 일명 젠더 감수성이라고 불리는 성인지 감수성이다. 1990년대 중반 서구사회 가부장제로부터 발생하는 성적 불평등과 젠더문제를 감지하고 해소하기 위한 각종 정책의 주요 근거와 기준으로 제시되면서 나타났다. 한국사회는 젠더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내·외부 지적이 많았고, 부족한 젠더 감수성은 사회 및 경제활동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2017년 OECD국가 중 유리천장지수(직장 내 여성이 동등한 대우를 받을 기회를 평가하는 지표)에서 25점을 받아 회원국 중 꼴지를 기록하였다. 왜 감수성이 필요한 것인지, 사회적으로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필자는 안토니오 그람시(Antonio Gramsci, 1891~1937)가 이야기하였던 헤게모니(hegemony) 개념이 떠오른다. 이탈리아 샤르데냐(Sardinia) 출신으로 진보적 사상가이자 정치가였던 그는 자본주의의 정치적 성격을 설명하는 가운데 헤게모니란 개념을 사용하였는데, 헤게모니에 대한 정의 중 그가 포착한 ‘자발적 동의’를 주목해 볼 수 있다. 일상에서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불평등한 모습들이 실제로는 사람들 몸에 체화되어 있는 습성 및 무관심과 같은 자발적 동의 속에서 사회적 불평등으로 구조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감수성은 이러한 일상의 헤게모니를 깨고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하기 위한 사회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필자는 제주사회에 대한 제주도정과 제주도민들의 감수성을 증진시킬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 하고 싶다. 제주사회는 당면한 문제들이 많다. 환경, 인권, 성인지, 문화, 계층, 정치구조 등 다양한 영역에서 불평등이 구조화되고 있다. 제주사회에 대한 감수성을 증진시키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제주사회 발전을 위한 길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2020 새해에는 제주사회에 대한 감수성이 도민 사회에 확산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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