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돈 많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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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봉, 수필가·시인

황금돼지해를 맞은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저물어 간다. 시간이 화살 같다. 이제 나도 노인 반열에 한 발 더 다가섰다. 내년부터는 국민연금을 시작으로 노령연금과 무료로 버스도 타게 되어 갈 것이다. 그와 함께 나라와 도에서 관리하는 시설 입장도 공짜나 할인을 받겠지.

노령연금이 30만원으로 오른다. 그에 더해 모 단체에서 농민수당을 요구한다며 종잇장을 내밀며 다그치기에 엉겁결에 서명 난에 이름을 적었다. 별다른 노후 준비를 못했으니 노인 복지에 관심이 많다. 나라에서 주는 이런저런 혜택을 들으면 귀가 솔깃해진다. 어쩌다 중병이라도 얻어걸리게 되면, 재산을 처분하거나 돈을 빌려야 하지 않겠는가. 그게 아니면 자식에게 짐이 되어야 할 판이다.

선거철만 되면 후보자들은 그런 점을 잘도 찾아 챙긴다. 100세 시대라 하는데 준비가 되지 않았거나 덜된 사람은 나와 똑같은 처지일 테다.

그런데 그렇게 쓰일 복지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복지 예산 때문에 여러 나라가 허덕인다. 심지어는 그로 인해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한 나라들이 많은데 우리나라도 그 뒤를 따라 가지 않을까 걱정이다.

국가 부도가 아니라도 나라와 젊은이들 등골을 빼먹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니 기분이 영 씁쓸하다.

집권을 위해 표를 의식한 인기몰이 정치가 나라를 망친다는 말도 나돌고, 노인 복지만이 아니라 저소득층 지원, 실직 수당, 일자리 창출 지원, 아동 복지, 장애인 복지, 문화예술 지원, 각종 보조금이 그야말로 산더미로 쌓였다.

실직해도 적절하게 이용하여 받아먹을 것 다 받아먹어 가며 느긋하게 일자릴 찾고, 그 돈으로 외국 여행 간다는 기사도 있다. 지원되는 부분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기업도 늘고 있단다. 보조 받은 걸 남겨 호주머니를 채우는 사람도 있다 하고. 부지런히 일하고 낸 세금으로 노는 사람에게 쥐어 주는 건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도 많다.

초 고령화를 앞뒀다. 생산 인력 감소는 우려할 수준이다. 더하여 노인시설 돌봄을 위해 점차 생산을 위한 산업 인력은 감소해 갈 것이다. 생산적이지 못한 소모성 인력으로 나라의 재정을 어렵게 할 게 뻔하다. 이러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풀어가야 하는데, 그건 뒤로 하고, 무분별한 지원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점점 무거워지는 세금으로도 감당 못 해 외채를 빌려와야 할 판인데 복지라는 미명하에 부단히 선심을 쓰고 있다.

모자란 복지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기업이 부담하는 세금을 더 거둬야 하고, 그 부담으로 기업 활동이 어려워 문을 닫을 거라는 우려도 많다. 이대로 가면, 후손들이 과중한 세금에 허리가 휠 텐데 복지가 기뻐할 일만은 아니잖은가.

시설로 봉사하기 위해 가 보면 지원이라는 명목의 돈을 쓰기 위해 쓸 만한 것들도 내쳐지고 새것으로 바뀌는 것을 종종 본다. 조금 낡은 것이면 어떻고, 조금 불편하면 안될까.

실직수당·부채탕감·기업지원이라는 이름은 기다리면 나라가 해결해 줄 것이라는 묘한 기대심리를 조장할 수 있다. 사회의 약자를 지원하는 도움의 손길은 당연하다. 하지만 넘치면 재활 의지를 떨어뜨린다. 빚을 물고자 하기보다는 도움을 받을 궁리부터 하며. 지원을 받기 위해서 부러 흥청망청 써 버리기도 한다.

성실히 살아가는 사람을 지원하고 부지런한 사람이 존경 받는 사회로 만들어 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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