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선량들의 출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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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중국 삼국시대 촉나라의 초대 황제인 유비(劉備)는 세상을 떠나면서 “반드시 북방을 수복하라”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를 받든 승상 제갈량(諸葛亮)은 군사를 이끌고 위나라 정벌에 나서게 된다. 이때 제갈량은 2대 황제 유선(劉禪)에게 한 장의 표문을 바친다.

그 유명한 출사표(出師表)다. “선제(유비)께서 창업하신 뜻의 반도 이루지 못한 채 중도에 돌아가시고”로 시작해 “원컨대 신에게 흉악무도한 역적을 토벌하는 일을 명하시고, 만일 이루지 못하거든 신의 죄를 다스려 선제의 영전에 고하십시오”란 구절로 끝난다.

▲제갈량의 출사표엔 전쟁에 임하는 각오와 당부가 기록돼 있다. 문장은 간결하고 명료하다. 하지만 거기엔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제갈량의 충정(衷情)과 폐부에서 우러나온 충언(忠言) 등이 구구절절 배어 있다. 예로부터 출사표를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충신이 아니라고 했다.

출사표는 전후 두 편인데, 전편은 227년에 지었고, 후편은 228년 작이다. 삼국지(三國志)의 제갈량전, 양나라 소명(昭明)태자가 편찬한 문선(文選) 등에 수록돼 있다. 진(晉)나라 이밀(李密)이 무제(武帝)에게 올린 진정표(陳情表), 당나라 사상가 한유(韓愈)가 쓴 제십이랑문(祭十二郞文)과 함께 중국 3대 명문 중 하나로 꼽힌다.

▲이처럼 출사표는 ‘(장수가) 출병할 때 그 뜻을 적어 임금에게 올리는 글’을 가리킨다. 여기서 출사(出師)는 군대를 싸움터로 내보내는 출병(出兵)과 같은 말이다. 출(出)은 출동하다, 사(師)는 군대 또는 군사, 표(表)는 자신의 생각을 밝힌다는 의미다.

그래서일까. 오늘날에도 출사표는 ‘전쟁처럼 중대하거나 경쟁이 치열한 일에 투신하는 행위’를 할 때 자주 쓰인다. 대표적인 게 선거다. 선거판이 전쟁터에 비유되기 때문이다. 선거에 나가기 앞서 비장한 각오로 자신의 비전과 포부를 제시하는 일종의 출마선언문인 셈이다.

▲내년 4·15 총선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따라 예비 선량(選良)들의 발걸움도 빨라지고 있다. 예비 주자들이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적인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 게다. 오는 17일 예비 후보자 등록을 시작으로 120일간의 레이스에 본격 돌입하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채로운 건 도내 3개 선거구 중 제주시갑 선거구에서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는 점이다. 왜일까. 바야흐로 ‘총선의 계절’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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