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점(滿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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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백점 만점을 받았다면 백점을 기준할 때의 최고점을 말한다. 만점을 받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두뇌가 명석하다고 되지 않는다. 주변여건 등 환경이 뒷바라지돼야 한다. 거기다 본인의 노력은 필수다. 바꿔 말해 두뇌·환경·노력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져야 비로소 가능하다.

초중고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만점을 받기가 어려워 간다. 학습과정이 심화되니 거리가 멀어지는 현상이다. 학습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노릇이다. 하지만 대체로 초등학교 때 올백을 받던 아이가 점차 올백이란 범주에서 떨어져나가는 보편적 경향을 띤다. 올백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외국어, 수학, 과학 과목이 과정적으로 어려워지니 공부 잘한다는 소리를 듣던 아이도 만점 받기가 힘들다. 필수과목에서 만점을 받더라도 변두리 과목에 소홀하면 올백에 미치지 못한다. 올백은 풍선처럼 꺼져 버리고 만다. 이 흐름은 고등학교로 갈수록 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한데 과거 대입예비고사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이르기까지 만점이 나온다. 연년이 나오는 올백 득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문제의 난도(難度)가 웬만하기나 한가. 영역별로 문제가 어렵다. 단 한 문항도 틀리지 않고 만점을 받으니 소름이 돋는다. 걷다 보면 한두 걸음 헛딛을 수도 있는 게 사람이고 사람의 일이다. 수능 만점이란 말에 아마 세계가 놀랄 것이다.

이번 불우한 가정에서 수능 만점 받은 학생이 나왔다. 다들 놀라 회자되면서 나라 안이 떠들썩했다. 기적이 일어났지 않은가.

2020학년도 수능에서 만점 받은 15명 중 한 사람인 김해외고 3학년 학생 송영준 군의 만점은 실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중1 때 아버지를 여의면서 집안이 기울어 어머니가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살아온 형편이라 그렇다. 그러니까 외고도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입학했다는 것. 고교에 진학하며 순위고사에서 127명 중 126등을 했다 한다. 꼴찌가 되자 낙담해, 공고로 전학해 고생하는 어머니를 돕자 고민했었다는 것. 외고는 몸에 맞는 옷이 아니란 생각했을 것이다. 상담하며 울었다는 그. 함께 울며 끝까지 다독인 담임선생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 한다.

김해외고는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고 한다. 06:20에 기상해 의무 자습시간, 밤엔 23:00까지인데 1시간 일찍 일어나고 1시간 늦게 자며 공부했다는 송 군. 그의 좌우명 “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 (No pain No gain).”에 송 군의 의지가 꿈틀거린다. 야무지고 억척스럽다. 성적을 끌어올렸다. 공부는 욕심으로 한다. 자신에게 발끈해 죽어라 공부했다는 것이다.

중학교 때부터 학원은 꿈도 못 꿨고 문제집을 살 돈도 없었다고 한다. 그의 말에 신뢰가 가면서 진정성에 가슴 뭉클하다. 흔히 학생 입에서 나오는, 작성된 각본에서 나온 말이 아닌 게 분명하다. 3학년 때 어깨가 몹시 아파 병원에 다닐 정도로 그는 공부에 매달렸다는 얘기다.

악착같이 공부해 처지던 학교 성적도 올려놓았다, 그는 가난과의 싸움에 끝까지 버텼고 마침내 수능 만점을 받아냈다. 신문에서 깜찍한 얼굴이 활짝 웃고 있었다. 하기 나름, 역전은 가능하다. 송 군은 ‘개천의 용‘이다.

송 군의 말이 귓전이다. “세상을 바로 세우는 검사가 되거나, 의사가 돼 고생하시는 어머니 호강시켜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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