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아래층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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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백만매택(百萬買宅) 천만매린(千萬買隣)’이라는 말이 있다. 백만금으로 집을 사고, 천만금으로 좋은 이웃을 얻는다는 의미다. 중국 남북조시대 한 고위 관리가 퇴임 후 이사하기 위해 백만금짜리 집을 사면서 천만금을 웃돈으로 지불한 데서 유래했다.

우리에게도 ‘세닢 주고 집 사고, 천냥 주고 이웃 산다’는 속담처럼 이웃은 중요했다. 담 너머로 음식을 건네고, 경조사 때면 만사를 제쳐 두고 함께 나누는 그런 존재였다. 늘 이웃끼리 사이좋게 지내는 걸 큰 미덕으로 여겼다.

이렇듯 진하기만 했던 이웃끼리의 정은 갈수록 시들해지는 상황이다. 층간소음 문제를 접하면서다. 좋은 집보다 이웃을 잘 만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층간소음으로 피해를 당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한다.

▲층간소음 피해자들은 ‘발망치’라는 은어를 쓴다. 위층에서 쿵쾅거리며 발뒤꿈치로 내리찍는 소리를 말한다.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아이들의 발망치가 층간소음 민원의 71%를 차지한단다.

신고된 민원만 2016년 1만9400건, 2017년 2만2800건, 2018년 2만8200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제주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2016년 79건에서 2017년 121건, 2018년 159건 등으로 해마다 증가세다.

문제는 층간소음 갈등이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윗집에 복수하기 위해 천장에 확성기를 설치하거나 배수관을 막아 물을 역류시킨 앙갚음 사례도 없지 않다. 심지어 폭행, 방화, 살인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끔찍한 사건이 끊이지 않아 결코 남의 일 같지 않은 세상이다.

▲아파트 층간소음은 실제보다 더 크게 들린다고 한다. ‘칵테일파티 효과’ 때문이다. 위층 소음에 한번 짜증이 나면 나중에는 작은 소리에도 신경이 쓰여 온통 윗집 소음만 들리게 된다는 거다. 심리적인 영향이 작용한다는 얘기다.

법규로 층간소음의 기준치를 강화해도 완벽할 수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갈등의 시작은 소음이지만 문제를 키우는 건 ‘내 말을 무시한다’는 자존심 싸움으로 변질됐을 때다.

어느 대학교수의 해법은 간명하다. 무슨 무슨 핑계를 삼아 수시로 아랫집에 자그마한 선물을 건네고 인사 잘 드리라는 거다. 처음엔 불편해하더니 나중엔 김치, 과일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니 참고할 일이다. 상대를 화나게 하지 말고 미안하게 만들라는 요령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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