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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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 한 사람의 아래, 만 사람의 위라는 뜻이다. 조선 시대 영의정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자신보다 높은 이는 임금뿐이고, 그 한 사람을 제외하면 만백성의 위에 있다. 오늘날은 국무총리를 지칭한다. 하지만 국가 의전 서열은 일인지하가 아닌 사인지하에 해당한다.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다음으로 다섯 번째다.

국무총리는 각료 제청권 등 헌법상 권한이 작지 않다. 하지만 대통령제에선 적극적인 권한 행사는 언감생심이다. 이낙연 총리(45대)까지 오는 동안 재임 기간을 1년 넘긴 경우는 20명 남짓이라는 점이 이를 잘 대변한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총리가 대선 주자 반열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점이다. 언제나 대표적인 잠룡(潛龍)으로 간주됐다. 물론 지금까지는 직접선거로 인해 대통령까지 오른 총리 출신은 없다.

▲청와대가 이낙연 국무총리의 후임으로 6선의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을 검토하는 것과 관련해 말들이 나오고 있다.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정치인이 총리로 간다는 것이 격에 맞지 않아서다. 국회부의장 출신이 총리에 임명된 경우는 있었지만, 국회의장 출신의 총리는 없었다.

정치권의 여론도 호의적이지는 않다. 국회의장은 대통령 다음으로 국가 의전 서열 2위이며, 헌법상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을 견제하는 입법부의 수장이기 때문이다. 삼권분립의 한 축이 대통령의 밑으로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삼권분립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천정배 대안신당(가칭) 의원은 “놀랍고 곤혹스럽다”라고 했다. “입법부 수장을 했던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행정부 이인자로 삼겠다니 헌법과 민주 법치주의의 핵심인 3권분립의 정신을 이렇게 짓밟아도 되는 것이냐”라고 분개했다. 이어 “1년여 전 국회의장석에 있던 분이 총리로 출석해 답변장에 서서 야당 의원들의 질타를 당하는 장면을 떠올리니 털끝이 쭈뼛해진다”라고도 했다. 또 다른 일각에선 국회 무시라는 의견도 있다.

▲정 전 의장은 15대 총선 때부터 전북 무주·진안·장수에서만 4선을 했고 2012년 19대 총선부터 서울 종로로 지역구를 옮겨서도 정치적 입지를 확고히 다지고 있다. 이런 입장에서 총리로 가면 지역구를 버려야 한다. 물론 총리를 거쳐 대선 주자 반열에 오를 수도 있다. 본인은 많은 고심을 하고 있을 것이다. 성배(聖杯)엔 독(毒)도 들어있다는 것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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