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지조(共命之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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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공명지조(共命之鳥)는 상상의 새다. 아미타경(阿彌陀經), 잡보장경(雜寶藏經) 등 불교의 여려 경전에 등장한다. 줄여서 공명조(共命鳥)라고 하는데, 목숨(命)을 함께(共)하는 새(鳥)라는 의미다. 두 생명이 서로 붙어 있어 상생조(相生鳥) 또는 공생조(共生鳥)로 불리우기도 한다.

히말라야 기슭이나 극락에 살며, 목소리가 아름답다. 몸 하나에 두 개의 머리를 가졌다. 한 머리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머리는 밤에 일어난다. 허나 이 둘은 한 몸이면서도 성질이 달랐다. 몸은 하나인데 마음이 둘인 셈이다. 그래서 서로 으르렁거리며 자주 싸웠다고 한다.

한데 한 머리는 몸을 위해 항상 맛있는 열매를 혼자만 챙겨 먹었다. 이에 질투심을 느낀 다른 머리는 어느 날 독이 든 과일을 몰래 먹었다. 결국 독이 온몸에 퍼져 둘 다 죽고 말았다. 목숨을 공유하는 ‘운명공동체’임을 망각한 채 상대를 공격하다 벌어진 일이었다.

이 얼마나 어리석고 무모한 짓인가. 이처럼 공명지조는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자신만이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다간 모두 공멸하게 된다는 뜻이다. 즉 ‘상대방을 죽이면 결국 함께 죽는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공명지조는 ‘비극의 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그 해를 함축적으로 정리하는 키워드가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그중 사회의 대표적인 지식인 집단인 교수사회가 선정한 사자성어(四字成語)가 압권이다. 누구보다 지난 1년의 국정 풍향과 사회 동향을 정확히 짚어내기 때문이다. 그야먈로 촌철살인(寸鐵殺人)이다.

교수신문이 2019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를 뽑았다. 전국의 대학교수 1046명을 대상으로 이메일과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가장 많은 347명(33%·복수응답 허용)이 선택한 게다. 분열된 한국 사회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 같아 착잡하다.

사실이 그렇다. 실제 정치권이 서로 나뉘어 박 터지게 싸우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들까지 편싸움에 동조해 쫙 갈라졌다. 두 머리인 진보와 보수가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산다는 식의 대결을 펼치고 있는 게다. 우리사회가 대단히 심각한 이념의 분열증세를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는 사이 다들 위험한 이분법적 원리주의자, 맹목적 이념의 기계가 돼가고 있다. 공명지조를 올해의 성어로 추천한 영남대 철학과 최재목 교수의 진단이다. 물론 제주사회도 별반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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