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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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짜장면 시키신 분~.” 1997년 중국집 배달원이 마라도에서 철가방을 들고 손님을 찾아 헤매는 장면이다. 이 광고가 큰 인기를 끈 지도 20년이 넘었다. 요즘은 배달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철가방을 보기가 힘들다. 음식점마다 배달원을 직접 고용하기보다 배달대행업체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배달음식업도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크게 성장했다. 여기에는 몇몇 촉매제가 있었다. 우선은 배달통의 변화다. 나무로 만들었던 것을 알루미늄 제품으로 대체하면서다. 특히 가벼운 알루미늄 배달통의 개발은 배달 문화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랩 사용도 큰 영향을 미쳤다. 짬뽕 등 면 종류를 배달할 때 별도의 그릇을 이용해 국물 등을 담지 않아도 됐다. 모두 기술이 진화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최근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시장이 주문·배달을 주도하다시피하고 있다. 독일계 음식배달 플랫폼 업체 딜리버리히어로(DH)가 국내 배달 서비스 업계 1위인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을 인수·합병(M&A)했다. 가격은 무려 4조8000억원이다. 이것이 어느 정도인지는 비교해 봐야 실감할 수 있다. 최근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격으로 제시한 금액은 2조 5000억원이다.

이는 현재 실적에 근거해 미래의 성장성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8년 기준, 이 배달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한 인원만 월 2800만명에 이르렀다. 연간 매출은 3193억원을 기록했다.

DH는 세계 최대 온라인 음식 주문 배달 업체로 2012년 국내 시장에 상륙했다. 독일에서 창업해 핀란드·스웨덴·호주·멕시코 등 10여 개 국가에 음식 주문 배달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인수 합병으로 인해 사실상 독점 상태에 빠지게 됐다는 점이다. 그래서 배달의 민족이 ‘게르만 민족’에 흡수됐다는 부정적인 시선도 나오고 있다. 그래도 헐값에 넘어갔다면 모를까.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배민은 창업자가 직접 거리를 다니면서 모은 전단지 5만장을 사업 밑천으로 했다. 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2010년에 음식배달앱을 만든 것이다. 창업자금은 3000만원이었다. 그런 회사를 10년도 안 돼 몸값만 5조원 가까운 규모로 키워 놨다. 출발은 미미했으나 결과는 그야말로 창대했다. ‘배달(倍達)의 민족’ 후예가 배달(配達)로 경이적인 대박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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