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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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화이트(White)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그레이(Grey) 크리스마스였다. 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대신 미세먼지로 가득한 잿빛 하늘이 크리스마스를 뒤덮었다.

우리나라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려는 것일까.

북한의 성탄절 도발 가능성으로 한반도의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는 반면 여야 정치권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을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이전투구(泥田鬪狗)로 날밤을 새웠다.

▲한미 당국은 북한이 ‘성탄 선물’ 운운하며 도발 움직임을 보이자 성탄절에도 대북 감시·경계 태세를 대폭 강화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의 발사 가능성에 대비, 미국은 리벳 조인트(RC-135W), E-8C 조인트 스타즈(J-STARS), RQ-4 글로벌호크, 코브라볼(RC-135S) 등 4대의 정찰기를 동시에 한반도와 동해 상공에 출동시켜 대북 감시·정찰에 나섰다. 미국이 정찰기 4대를 동시에 한반도로 출격 시킨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반도 정세가 긴박하게 흘러가고 있지만 정치권은 온통 제 밥그릇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군소정당 등 이른바 ‘4+1 협의체’가 패스트트랙 법안 중 하나인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지난 23일 전격적으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자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필리버스터(filibuster, 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맞섰으나 25일 자정으로 끝이 났다. 따라서 4+1 협의체는 오늘(26일) 임시회를 소집,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어서 통과가 예상되지만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올 크리스마스엔 유달리 잠시나마 전쟁을 멈추게 했던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떠오른다.

1차 세계대전인 한창인 1914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영국군과 독일군이 처절한 전투를 벌이고 있던 서부전선에서의 이야기다.

한 독일군 병사가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으로 시작되는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르자 불과 100m 정도 떨어진 영국군 참호에서도 이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고, 서로 총을 내려놓고 축구시합까지 벌이며 크리스마스 휴전을 했다는 것이다.

작금의 한반도와 우리 정치권엔 크리스마스 기적은 없고 잿빛으로 우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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