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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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수, 한국사회과학연구회 이사장/논설위원

보내 준 새해 연하장을 잘 받아 읽었습니다. 지난 한 해 제주섬에도 어려운 일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대통령께서 보여 준 피해자 중심의 인권정치가 모처럼 빛을 발한 한 해였습니다. 2019년 1월 17일 제주지방법원은 1948년 12월과 1949년 6월, 이승만 정부시기 군사법원에 서 불법 수형당한 18인에 대해 검찰의 공소기각 구형을 판결했습니다. 제주학살(1947~1954) 이후 역사상 최초의 인권판결이었습니다. 이 판결은 검찰이 항소하지 않은 덕에 확정되었고, 경찰은 생존 수형인들의 전과사실을 삭제했습니다. 비로소 이들은 4·3무죄인이 되었습니다. 이들 18인은 형사보상과 형사배상을 신청함으로써 비로소 피해회복을 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이행기 정의가 확립되어 간다는 기대와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대한민국 국회에서 제주4·3사건진상규명및명예회복특별법이 여야 만장일치로 의결된 지 꼭 20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제는 1만4000인에 이르는 학살 피해 유가족들의 명예회복만이 아니라 올바른 피해회복이 성사되리라 기원하는 해였습니다. 이를 위해 제주4·3사건특별법 개정은 꼭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야당의원은 정부의 배상 예산 탓을 하며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4·3사건특별법 개정안 심의조차 지연시키고 불발, 좌초하게 만들었습니다. 참으로 한심하고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국제연합 총회에서 결의한 이행기 정의 확립은 보편적이고 공평해야 합니다. 7년 7개월 제주학살 시기에 국가 공권력의 잘못으로 부모형제자매를 잃은 유족들은 또 다시 법과 제도의 차별을 맛보며 쓰라린 괴로움과 서러움을 겪고 있습니다. 계엄법도 제정되지 않은 무법 불비상태에서 선포된 계엄 치하에서 비무장 민간인이었음에도 강제 연행되어 불법 고문을 당하고, 군사재판을 받고 감옥에 까지 갔다 와야 했던 제주도민 가운데 산 사람은 이제야 재판다운 재판을 받아 무죄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시기에 똑같은 공포와 고난을 당하며 행방불명된 이들, 다시 말해 실종된 이들은 여전히 유죄 판결 상태의 전과기록을 안은 채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는 또 다른 차별 상태에 방치되고 있습니다. 국회는 4·3사건특별법을 즉각 개정하여 이들 실종인사들을 일괄 구제하든지 법무부 장관이 나서서 검찰의 직권재심 청구와 일괄 구제 방안을 집행함으로써 이행기 정의 실현의 보편성과 공정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대통령님의 연하장은 ‘새해에 공정을 바탕으로 포용의 열매를 맺겠다’고 끝맺고 있습니다. 여기에 한 말씀만 덧붙이겠습니다. 많은 이해를 앙청합니다. 지금 제주도민들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는 갈등은 국토교통부가 일으켜 왔습니다. 대표적 공공갈등입니다. 제주제2공항 신설 강행은 그 절차와 과정에서 사회적 수용성을 도외시하여 민주적으로 투명하게 추진하지 못한 중대한 하자를 안고 있습니다. 그 실체적 타당성도 공항 입지로써 환경적으로 부적합하며 매우 부실한, 조작된 가공의 논리로 가득 차 있습니다. 오히려 현재 제주 공항 확장을 통한 인프라 확충이 절차적·실체적 타당성을 분명하게 확보하고 있다는 여론입니다. 따라서 미래의 제주자연학살이라고 불리는 공항신설은 전면 재검토, 취소되어야 합니다.

이행기 정의는 과거의 잘못을 성찰함으로써 비극의 재발을 사전 예방해야 한다는 원칙과 국민 눈높이의 상식에 준거하고 있습니다. 제주섬을 살리는 일은 한반도평화를 되살리는 지름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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