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도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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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수 시인·수필가·아동문학가

우리 몸의 체온은 36.5도가 정상이다. 만일 정상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진다면 생명에 위협을 받게 된다. 42도를 넘으면 단백질 성질이 변해 치명적인 손상을 가져오게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혀로부터 나오는 말의 온도는 몇 도일까.

말이 말을 만들고, 말이 씨가 되기도 하고, 어느 집 개가 짖느냐 한다. 말 잘하면 천냥 빚도 갚는다등 말에 대한 경구는 넘쳐나는 현실이다. 점잖고 조용한 사람도 자존심을 다치게 하거나 기분 상하게 하는 말을 들으면, 참기 어려울 것이다. 보기에도 푸근한 인상이지만, 속내는 더욱 따스한 사람도 많다. ‘말 한마디에따라 기분이 좋아질 수도, 나쁠 수도 있고, 오해를 살 수도, 오해를 풀 수도 있으며, 상대방에게 호감을 사기도 한다. 따뜻한 말은 그저 듣기 좋은 말이 아니다. 듣기 좋은 말은 세상에 넘쳐난다.

한 번 내뱉어진 말은 주워 담지도 못하고 공중으로 사라질 것 같아도 어느 누군가의 심장에 꽂히기고 하고, 뇌리에 박히기도 한다. 말을 내뱉은 입장에서는 시원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 떠난 자리엔 상흔이 남아있게 마련이다.

20204월 총선이다. 벌써부터 정치판은 말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정치인들의 공약에는 말 성찬을 이룬다. 게다가 상대방 흠집 내기와 허무맹랑한 소리가 줄을 잇는다. 날카로운 혀를 빼들어 칼처럼 휘두르는 후보들이 들어난다. 또한 자극적인 이야기로 폭포수처럼 늘어놓기도 한다. 그럴듯한 말로 꾸미고 장식한다. 언어폭력이 서슴없다.

어디 정치인들뿐인가? 24시간 쉬지 않고 말의 전시장처럼 진열하는 방송은 어떤가. 상품을 권유하고 마케팅 하는 광고도 빼놓을 수 없다.

따뜻한 말은 그 한마디 한마디가 머리를 굴리는 소리가 아니다. 가슴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것이다. 그래야 듣는 사람도 진심으로 받아들여서 마음을 녹이게 되는 것이 아닐까.

환영, 격려의 말, 덕담도 따스하다. 상대를 기분 좋게 하고 고마움과 감사함을 느끼게 되리라.

매서운 바람이 뺨을 강타할 때 따끈한 호빵처럼, 눈발이 날릴 때 따끈따끈한

곰탕 국물같이, “올 한 해 너무 고생 많았어요”, “멋있었어요”, “하시는 일마다 모두 잘 되셨다면서요?”. “건강하게 잘 지내셨다니 무척 반갑습니다.” 등등.

정다운 사연과 함께 따뜻한 말이 오갈 때 행복한 순간을 맛볼 수 있으리라.

지내온 삶의 1, 자신이 내뱉는 말의 온도는 몇 도였을까?

2019년 한해 오늘 하루뿐이다. 반성해 볼일이다. 부자의 만등 (萬燈)보다 빈자의 한 등이 더 밝고 따뜻하리라는 아름다운 말로 한 해를 정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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