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새해에는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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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건, 제주특별자치도 사회복지협의회 사무국장

책상에 쌓이는 것이 많아지는 것을 보니 연말은 연말인가 보다. 초대장, 연하장, 새해달력, 사업보고서 등등. 매년 잊지 않고 소식과 안부를 전해 주시는 데 감사할 따름이다.

예전 같았으면 봉투도 뜯지 않고 새해 책상 정리를 하는 기회에 버려지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 받아보는 자료들은 하나같이 그 디자인이나 내용적인 면에서 소장 가치가 있다. 더욱 매력을 끄는 점은 이야기를 전하는 주체가 달라졌다는 데 있다. 그동안은 기관이나 사업 담당자의 입장에서 정리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당사자가 전하는 이야기, 현장의 이야기가 핵심이다. 서 있는 곳이 다르면 풍경이 달라지듯 누구의 입장과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하느냐에 따라 내용의 의미와 가치 역시 새로워진다. 소중한 지면을 빌려 그 새로움을 느끼게 해 준 네 권의 책을 소개한다.

『무지개연가』는 정신장애인시설인 무지개마을 생활인들이 쓴 시를 엮은 시집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나 역시 정신장애인들이 시를 쓴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우연찮게 정신장애인 자작시 낭송회에 참석해 경험한 전율은 아직도 생생하다. 더하지도 않고 덜하지 않은 그들의 음성 그대로를 담은 한 편, 한 편의 시는 무지개마을 원장의 인사말처럼 ‘자유롭고 순수하게 자신을 표현한 영혼의 맑은 가락’으로 다가온다.

‘발달장애인의 생애 포트폴리오’라는 부제가 붙은 『일곱 가지 희망의 하모니』에는 사회적 협동조합인 희망나래에서 근로활동을 하고 있는 발달장애인 7명의 성장과정이 담겨져 있다. 그들의 엄마와 아빠를 인터뷰한 내용과 당사자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얘기한 내용이 정리되어 있다.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한다고 했다. 장애인의 삶에 대해 생각조차 않는 이들의 오만과 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편견에 가득 차 있어 정작 사랑받지도 사랑하지도 못하는 이들이 있다면 꼭 읽어 보시길 권하고 싶다.

구좌에 있는 해바라기지역아동센터 친구들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만들어낸 그림책 『당근이지』는 구좌의 특산품인 당근 농사를 짓는 석희 아저씨 이야기를 통해 당근의 일생(?)을 아이들의 눈높이로 재치 있게 그려냈다. 마을을 사랑하는 아이들의 따뜻하고 기특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이 이런 생각을 그림책이라는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운 지역아동센터 선생님과 지역주민들의 노력 또한 확인할 수 있다.

끝으로 서귀포작은예수의집에서 펴낸 『웃는 얼굴과 사랑의 말』이라는 소식지는 시설에서 함께 살고 있는 생활인들이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보통 시설 소식지는 기본현황에서부터 프로그램 진행 사진과 후원인 명단들로 가득하기 마련인데, 이 소식지에는 생활인과 사회복지사들의 결코 특별하지 않은 일상의 이야기들이 아주 특별하게 소개되고 있다. 실린 글들을 읽다 보면 이들의 삶이야말로 실로 작은 예수의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들 속에서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진심으로 삶을 살아가는 이들 덕분에 2019년을 감동으로 마무리할 수 있게 되었다. 진심으로 감사할 일이다. 2020년 새해에는 나 역시 누군가를 감동시킬 수 있을 만큼 진심으로 살아야겠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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