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근착절(盤根錯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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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 1위는 공명지조(共命之鳥)다. 불교 우화에 등장하는 한 몸에 머리가 두 개인 새로, 한쪽 머리가 혼자 늘 맛있는 열매를 챙겨 먹자 질투심을 느낀 나머지 하나의 머리가 독이 든 열매를 몰래 먹는 바람에 결국 죽고 말았다. 공동운명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눈앞의 자기 이익만 좇다가는 공멸한다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 자기만 살려고 편 가르기에 몰두하는 한국 사회에 ‘탁탁’내리치는 매서운 죽비 같다.

‘가짜와 진짜가 마구 뒤섞여 있다’는 어목혼주(魚目混珠), 반근착절(盤根錯節), ‘어려움을 알면서도 행동한다’는 지난이행(知難而行), ‘오직 자신의 길을 고집한다’는 독행기시(獨行其是) 등도 사자성어 반열에 올랐다.

▲본지가 선정한 올해 제주의 10대 뉴스를 접하면서 떠오른 사자성어는 ‘반근착절’이다. 얼기설기 서린 뿌리(盤根)와 얼크러진 마디(錯節)라는 뜻으로, 복잡하게 얽혀 해결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을 말한다. 제주의 정치, 경제, 사회를 관통하는 말로서 적격이라 할 수 있다.

정치는 도정과 도의회가 마치 견원지간(犬猿之間)처럼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으르렁거리고 있다. 행정시장 직선제는 수년째 오리무중 상태에서 헤매고 있다.

경제는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이다. 부동산 경기는 시들하고, 미분양 주택은 즐비하다. 가계 부채는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서민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대규모 개발사업은 꼬일 대로 꼬이면서 법정에서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1차산업은 태풍과 아프리카돼지열병, 감귤 가격 하락 등으로 우울하다.

사회 분야도 다를 것이 없다. 4·3특별법 개정안은 올해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희생자와 유족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런 와중에 전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했다.

어디가 뿌리이고, 마디인지 모를 정도로 엉킬 대로 엉켰다.

▲반근착절과 관련된 고사에 등장하는 인물은 우후다. 그는 “칼날이 예리한지 무딘지는 ‘얽히고설킨 뿌리와 마디’에 부딪쳐 봐야 안다”라며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비적(匪賊) 소탕에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사람은 겪어봐야 알고, 강은 건너봐야 안다’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지금은 쾌도난마(快刀亂麻)의 패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내년엔 이들 문제가 풀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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