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개발에 노출…훼손·붕괴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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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용암동굴 보존 방안은]
도내 161곳 산재…문호재 15곳 불과, 관리 무방비 상태
道 비지정 동굴 2021년까지 실태 조사 보전 대책 마련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에 있는 용천동굴 내부는 탄산염(석회성분)이 천장과 벽면을 하얗게 덮어 장관을 이루고 있다. 2006년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446호로 지정됐으며,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목록에 올랐다.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에 있는 용천동굴 내부는 탄산염(석회성분)이 천장과 벽면을 하얗게 덮어 장관을 이루고 있다. 2006년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446호로 지정됐으며,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목록에 올랐다.
제주의 용암동굴은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그러나 용암동굴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서 비지정 용암동굴은 관리 소홀로 방치되거나 개인의 무단 점유로 급격하게 훼손되고 있다. 161곳에 달하는 용암동굴의 체계적인 관리방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 제주의 상징적 지표 ‘용암동굴’
 
동굴은 원시시대 인류에게 귀중한 안식처였다. 험악한 날씨와 맹수들의 위협을 피할 수 있는 평안한 주거지이자 삶의 터전이었다. 지금도 동굴은 미지의 공간이면서 다양한 생물의 안식처이다.
 
제주 섬은 수 차례 화산 폭발로 쏟아져 나온 다량의 현무암질 용암이 지표를 따라 해안으로 흘러가는 동안 형성된 수많은 동굴들이 있다. 생성 시기가 약 10~30만 년 전 사이로 추정되는 이 동굴들은 규모가 크면서도 내부 구조나 동굴 생성물들이 잘 보존되면서 화산 동굴 생성 연구의 살아있는 학습장이 되고 있다.
 
하지만 보존 가치가 있는 도내 용암 동굴은 관리 소홀로 방치되거나 개인이 무단 점유해 급격하게 훼손되고 있다. 실제 제주지역에 산재된 비지정 용암동굴 가운데 일부는 개인이나 마을 주민들에 의해 무단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2003년 문화재청에서 제주지역 용암동굴 161 곳을 조사한 결과, 문화재로 지정된 용암동굴은 15곳(9%),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비지정 동굴은 146곳(91%)이다.
 
생태·지질학적 가치가 높은 제주의 용암동굴은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원천임에도 문화재로 지정된 15곳의 동굴을 제외한 나머지 146곳은 동굴의 입구만 확인될 뿐 학술 연구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처럼 보존 가치가 있는 비지정 용암동굴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용암동굴에 대한 체계적인 보존과 관리를 위해서는 비지정문화재를 상시 관리 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제주도가 이처럼 가치 있는 비지정 용암동굴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이유는 동굴 대부분이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아서다.
 
비지정 문화재에 대한 관리 등 명확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으면서 관리에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용암동굴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의 핵심이지만 각종 개발 행위에 노출 되면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관리방안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10억원을 들여 ‘제주도 용암동굴 보존관리 방안 연구 및 조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용역은 최근 용암동굴 주변에 지하수 오염 사례가 빈발하고 각종 개발 행위가 곳곳에서 진행되면서 용암동굴 보존과 관리를 위한 과학적 근거 및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안웅산 도 세계유산본부 학예연구사(지질학 박사)는 “제주도가 오늘날과 같은 지형을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용암이 지표를 따라 해안으로 흘러가는 동안 형성된 수많은 동굴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제주의 용암동굴은 화산섬 제주의 생성 과정을 보여주면서 지질학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있는 ‘생쟁이왓굴’ 일부가 파괴됐다. 파괴된 구역과 매장문화재는 하얀색 선으로 표시됐다.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있는 ‘생쟁이왓굴’ 일부가 파괴됐다. 파괴된 구역과 매장문화재는 하얀색 선으로 표시됐다.
 
▲ 훼손된 동굴 원형 복원 불가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에 있는 비지정 용암동굴인 ‘초기왓굴’은 한 민간 업체가 30년 동안 젓갈 숙성 창고로 사용됐다.
용암동굴은 매장문화재법에 따라 관리되는데 현상을 변경하거나 활용하려면 문화재청이나 지자체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업체는 동굴 사용에 대한 허가 없이 동굴을 활용해 왔다.
 
특히 초기왓굴은 동굴 등급 평가 결과 ‘다’급에 속해 매장문화재적 가치가 있어 보존할 필요가 있는 용암동굴로 분류되는데 무단으로 점유돼 방치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해 해당 업체에 대해 동굴 이용을 금지하고,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아울러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단에 따르면 부동산 개발업자인 A씨(64)는 2016년 6월부터 8월까지 지가 상승을 목적으로 중장비를 동원, 한림읍 협재리에 있는 ‘생쟁이왓굴’ 70m 중 50m를 훼손했다.
 
A씨는 동굴의 존재를 알면서도 행정기관에 신고하지 않고, 동굴을 훼손했다. 이어 암반과 흙으로 동굴 훼손 흔적을 메운 뒤 동굴 천장에서 생성된 상어이빨형 종유석과 현장 암석들로 대형 석축을 쌓아 현장을 은폐했다.
 
A씨는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위반과 산지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제주지역에서 각종 개발 사업이 진행 되는 가운데 비지정 용암동굴에 대한 가치와 보존 등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훼손이나 멸실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수 십 만 년 전에 형성된 용암동굴은 한 번 훼손되면 원상 복구가 불가능하다. 도내에서 용암동굴을 비롯해 천혜의 자연환경에 대한 훼손이 잇따르자 2017년 ‘자연유산보호 중점 검찰청’으로 지정된 제주지방검찰청은 환경범죄에 대해 사건처리 기준을 수립·시행하고 있다.
 
검찰은 제주특별법의 벌칙조항에 규정된 무허가 보존자원 매매와 보전 지역에서 수목 벌채 및 형질 변경, 무허가 지하수 개발, 오폐수의 지하 유입 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제주자연석과 화산송이 등 보존자원을 매매·반출하거나 문화 재 보전지역과 곶자왈을 훼손하는 환경사범에 대해 앞으로 처벌이 강화된다.
 
용암동굴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김태윤 주무관은 “2021년에 비지정 용암동굴(천연동굴) 실태 조사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며 “조사 결과를 전산자료로 구축해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동굴은 문화재로 지정하고, 비지정 용암동굴 관리 보존을 위한 체계적인 기준과 학술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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