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자 서정애
누군가의 지나가는 말 한 마디에도 마음이 쉽게 베이거나 구겨지곤 했다.
할머니 댁에 어린 나를 맡겨놓고 도회로 나가야했던 엄마의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해서 그렇다는 것을, 늦깎이 입문한 상담심리학에서 알았다.
뒤늦게나마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어머님의 아픈 마음을 헤아릴 수 있어 다행이었다.
아이들이 모두 떠난 집엔 어둠이 일찍 찾아온다. 어두컴컴한 현관에 들어서는데 당선을 알리는 전화벨이 울렸다. 어둠을 쓸어내는 빛줄기였다. 백 촉 전등이 환히 켜지는 것 같았다.
수필에 대한 외사랑이 없었다면 수년간 고배를 마시면서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봄이면 낡은 타이즈 위로 허연 살비듬이 떨어지던, 마른버짐 핀 일곱 살 상고머리 계집아이에게 따뜻한 미소를 보낸다. 웅크리고 있는 내 속의 그 ‘어린 나’에게 손을 내밀고 두 팔로 어깨를 감싸 안아준다. 자라지 못한 ‘그 아이’를 이젠 떠나보낼 수 있지 않을까.
부족한 작품을 선정해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린다. 친정어머님께 제일 먼저 당선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어 기뻤다. 늦은 밤까지 진심어린 합평을 해주신 가족 같은 윤슬 문우들께 감사드린다.
습작의 한계에 맞닥뜨릴 때마다 다독이며 일으켜주던 도반인 남편과 지구 반대편에서 응원을 보내주던 두 딸들, 든든한 지원군인 아들과 이 기쁨을 나누고 싶다.
첫 회 당선작으로 뽑혀 영광이다. 한편으로는 책임감도 크다. 함축미와 운율이 흐르는 수필을 쓰고 싶다. 문장이 곧 사람이라고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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