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는 나’ 인정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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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후, 제주감귤농협 연동지점장·심리상담사/논설위원

올해는 상담하면서 발견한 사례를 하나씩 풀어보려고 한다. 그중 지난해 상담의 주를 이룬 ‘불안’ 속 깊은 무의식을 들여다보면서 깨달은 것을 소개한다.

화가 나도 화를 못 내고 심지어 웃어 보이기까지 한다. 상대방을 실망시키면 큰일이 날 것 같기 때문이다. 사실 그렇게 큰일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바로 ‘인정 중독’에 빠진 사람들이 직장인에게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타인의 평가에 유독 예민하여 칭찬과 인정을 받아야만 안정되고 자신의 가치도 확인된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 내담자들에게 ‘왜 이들은 타인의 인정에 집착하는가.’ ‘그렇게 되는 특정한 성격유형이 있는가.’ ‘그 성격은 어디서 유래하며 어떻게 치료할 수 있는가’를 가지고 상담했다. 그들은 눈치 보기에 지쳤고 화가 나도 참고 억울해도 오로지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기 위해서 산다고 했다. 이제 독자들은 자신의 인정 중독을 만드는 원인을 스스로 발견해야 한다.

사회적 분위기와 문화적인 영향, 어린 시절의 영향, 부모와의 관계에서 받았던 심리적 상처 그리고 낮은 자존감이 어떻게 인정 중독으로 이어지는지 자기와의 대화 속에 숨겨진 해답을 찾으려 노력해야 하며 치유법으로 ‘명추’ 수행 방법을 제시했다. 명추란 명상과 반추의 합성어로써 되새김질하면서 보이는 모든 행동들을 말한다.

‘인정 중독’은 타인에게 인정받았을 때만 자신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심리상태이다. ‘중독’되었다는 것은 어떤 대상에 심각하게 의존한다는 말이다. 불쾌감을 피하고 만족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점점 더 강한 마약을 찾게 된다. 이를 정신의학에서는 ‘내성(tolerance)’이 생겼다고 하는데 결국 마약의 노예가 되었다는 뜻이다. 인정 중독도 마찬가지다. ‘타인의 인정’이라는 심리적 마약에 의존하며 그것 없이는 살 수 없다.

인정받지 못한다고 여기는 순간 견디기 힘든 불안을 느끼고 극도로 우울해진다. 이렇게 되면 인정 추구는 점점 더 강력하고 집요해진다. 이런 현상을 ‘병적 인정 추구’라고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인정 중독을 만들어 내는 걸까? 답은 단순하지 않다. 가정, 학교, 직장, 종교, 국가라는 울타리 안에 인정 중독의 토양이 되는 사회적 압력이 존재한다. ‘고통은 좋은 것’이라고 가르치는 사회가 인정 중독을 만들어낸다.

이제 우리 사회는 성공에 대한 관점을 건강하게 바꿔야 한다. ‘성취한 만큼 성공한 것이 아니고 행복한 만큼 성공한 것이다.’ 행복은 자기만의 고유한 욕구를 실현할 때 느낄 수 있는 것. 이런 만족을 경험하면 남과의 비교를 통한 패배감이나 우울감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것을 깨우칠 수 있다.

가혹한 사회적 압력을 받아도 모두가 인정 중독에 빠지는 건 아니다. 왜일까? 보호 방패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보호 방패는 사회적 압력이 주는 상처로부터 개인을 보호해주고 자존감을 안정적으로 지켜주면서 자기성찰능력과 자율성이라는 내면의 힘이 자라나서 인정 중독에 빠지지 않는다. 이제 자기희생을 멈추고 나를 사랑하는 원칙으로 굴레를 벗어나 보자.

▲ 내가 중독적인 관계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 나를 깊이 사랑한다.

상대는 바꿀 수 없다. 나 자신을 바꾸는 것, 그것은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제는 타인의 평가를 무작정 따르기보다 스스로 내면을 들여다보며 자기 본연의 모습을 사랑하는 문화가 자리 잡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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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봉 2020-04-30 15:11:19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