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띠 해 코끼리처럼 살자
쥐띠 해 코끼리처럼 살자
  • 제주신보
  • 승인 2020.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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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위원

초등학교 1학년 또는 2학년 때쯤일까. 서 너 살 터울의 마을 형이 있었다.

이 형이 부러운 것은 개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잘생긴 독일산 셰퍼드로 보이는 개다.

동네 이곳저곳에 똥개가 돌아다니던 시절이었다.

생김새가 똥개와 달랐던 이 셰퍼드는 무척 영리했다.

마을 형이 학교가 파한 시간을 알고 동네 어귀로 와 주인의 책가방을 물고 집으로 가기도 했다. 동네 형도 이 개를 무척 아꼈다.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나도 저런 개가 있었으면 했다.

어느 날 길가 옆에 있는 이 형의 집에서 가족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마당 한가운데 셰퍼드가 쓰러져 있었다.

동네 형의 부모는 이 개에게 비눗물을 먹이며 일부러 토하도록 하고 있었다.

그러나 결국 이 잘생긴 셰퍼드는 숨을 거뒀다. 쥐약을 먹은 쥐를 잡아먹었다가 죽은 것이다. 가난한 당시에는 배고픈 개가 쥐를 잡아먹곤 했다.

사람들이 배고픈 시절이라 당연히 개도 배고픈 때였다.

많은 쥐가 곡물을 훔쳐 먹어 가난에 일조한 면도 있다.

▲쥐약 때문에 개뿐만 아니라 사람도 희생양이 되곤 했다.

배고프면 아무거나 먹던 어린아이가 쥐약을 탄 음식을 먹었다가 숨진 것이다. 쥐와 쥐약 때문에 어린 영혼을 가슴에 묻은 부모가 많았다.

이런 이유로 영화 ‘미키마우스’나 만화 ‘톰과 제리’에 나오는 쥐의 모습도 전혀 귀엽지가 않다. 우울한 과거 때문이다.

▲올해는 경자(庚子)년 흰 쥐띠 해다. 쥐는 왕성한 번식력 때문에 풍요와 다산을 상징한다.

우리 사회가 올해는 쥐처럼 왕성한 번식력으로 자녀를 많이 낳고 경제적으로 풍족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하루하루 사는 것은 쥐보다 코끼리를 닮았으면 한다.

일본의 한 생물학자는 15년 사는 쥐와 100년 사는 코끼리는 같은 시간을 산다고 했다. 쥐나 코끼리의 평생 심장 박동 수는 20억회로 동일하다고 했다.

쥐의 10년과 코끼리의 100년은 천문학적인 시간은 다르지만 생리학적인 시간은 같다는 것이다.

사람도 쥐처럼 빨리 돌아다니거나 코끼리처럼 천천히 움직여도 평생 심장 박동 수는 20억회다.

그러니 코끼리처럼 살자는 거다. 뭐 느림의 미학이 따로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