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서 자기 성찰 도보 여행길로…
산티아고, 순례길서 자기 성찰 도보 여행길로…
  • 제주신보
  • 승인 2020.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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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티아고 순례길(上)
도보 여행자 몰려 세계적 이목

제주 출신 이영철 여행작가(62)는 후반 인생을 걷기 여행으로 보내고 있다. 지난 7년 동안 총 2829에 달하는 전 세계 10대 트레일을 섭렵했다. 대기업 상무를 역임한 저자는 치열했던 29년의 직장 생활을 마감한 후 걷고 또 걸으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있다2020년 새해를 맞아 본지는 이 작가가 전 세계를 누비며 쓴 생생한 여행보고서를 기획 연재물로 소개한다.편집자 주

이영철 작가가 한 달 간 산타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농촌 마을과 대자연을 앵글에 담은 모습.
이영철 작가가 한 달 간 산타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농촌 마을과 대자연을 앵글에 담은 모습.

서명숙씨가 제주올레를 연 건 2007년이다. 파울로 코엘료는 1987년에 자전적 소설 순례자를 출간했다. 20년 터울인 이 둘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 모두 기업체 중역이었지만 일상이 행복하지 않았다는 것, 인생에 새로운 길을 찾아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는 것, 그리고 스페인으로 가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다는 것이다.

한 달여를 걷는 동안 각자의 마음속에는 전에 없던 자각이 일어났을 것이고 돌아오자마자 이듬해, 한 사람은 자신의 삶을 소설로 냈고, 또 한 사람은 고향에서 새로운 길인 제주올레를 냈다.

이후 제주도는 차를 타고 다니던 관광지에서 두 발로 걷는 도보여행지로 탈바꿈하며 대한민국에 걷기 열풍을 견인했다. 산티아고 순례길 또한 순례자소설 발간 이후 변화가 시작됐다. 이전까지는 종교인들이 주로 다녔던 순례길이었던 것이, 평범한 이들의 자기 성찰을 위한 도보여행길로 변모하면서 세계인의 관심을 끌게 됐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최후의 만찬은 예수가 수난을 당하기 전날 저녁의 풍경을 그리고 있다. 열두 제자와의 마지막 식사 자리다. 예수의 왼쪽 가까이에는 열두 제자 중 첫 번째 순교자인 야고보가 앉아있다. 산티아고는 성인 야고보의 스페인식 이름이다. 성인(Saint)을 뜻하는 (San)’과 스페인 남자 이름 티아고(Tiago)’가 붙여진 것이다. 성인의 이름이면서 동시에 성당의 이름과 도시의 이름이기도 하다. 야고보 성인의 유해가 보관된 곳이 산티아고 대성당이고, 이 성당이 속한 도시가 산티아고인 것이다.

 

순례길 종착지인 산티아고 대성당 앞에 선 작가.
순례길 종착지인 산티아고 대성당 앞에 선 작가.

팔레스타인 사람 야고보의 유해가 멀리 스페인 땅에 안치되기까지의 스토리도 흥미롭다. 예수가 세상을 뜨자 제자들도 각기 흩어졌다. 야고보 또한 정처 없이 떠돌다 유럽대륙의 서쪽 끝인 이베리아 반도에까지 이르렀고, 그곳에서 복음을 전파하며 살았다. 7년 후 고향인 가나안 땅으로 돌아와서는 유대인들의 미움을 샀고, 서기 44년 예루살렘에서 헤롯 왕에게 참수 당했다. 제자들은 조그만 배에 스승의 유해를 싣고 먼 바다로 떠났다. 그리곤 천사들의 물길 안내를 받으며 지중해를 건너 대서양에 이른 후 이베리아 반도에 도착했고, 순교자는 내륙 어느 벌판에 묻혔다. 야고보에 대한 모든 기억들도 함께 묻혔고, 사람들 머릿속에서도 예수 열두 제자 중 첫 번째 순교자의 일은 잊혀져갔다.

서기 813년 어느 날, 한 수도사의 꿈속에서 계시를 통해 별빛 쏟아지는 벌판한가운데에 있는 야고보의 무덤과 유해가 발견됐다. 이렇게 야고보는 한때 그가 초기 기독교 복음을 전파했던 이베리아 땅에서 성인으로 되살아났다.

당시 이슬람 지배 하에서 독립투쟁이 한창이던 스페인 왕은 야고보의 유해를 보관한 곳에 성당을 지었다. 그 후 이슬람의 무어인들과 전쟁에서 성인이 나타나 승리를 안겨줬다는 소문이 돌면서 야고보는 스페인의 수호성인이 됐다.

그리고 산티아고 대성당이 있는 도시 이름은 (Stella) 빛 쏟아지는 벌판(Campus)’이란 뜻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불리게 됐다.

 


 

(이영철 여행작가는…)

1957년 제주시 한림읍 금능리 출생으로 제주제일고와 전남대를 졸업해 1981년 삼성그룹에 공채로 입사했다. 첫 발령지는 삼성그룹 계열사인 전주제지(현 한솔제지)였다.

국내 제지업계 1위 회사에서 대리·과장·부장을 거쳐 20년 만에 중역인 상무이사 자리에 오른 후 마케팅부문장과 영업본부장으로 9년을 재직했다. 2011년 치열했던 29년의 직장생활을 마감했고 이후 지금까지 도보로 전 세계를 여행하고 있다. 꼼꼼한 여행 기록과 사진을 바탕으로, 퇴직 후 5권의 여행서를 펴냈다.

안나푸르나에서 산티아고까지(2013), 동해안 해파랑길(2014), 영국을 걷다(2017), 투르 드 몽블랑(2017), 세계 10대 트레일(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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