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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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언, 시인·수필가

경자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독자님 가정에 행복이 충만하길 기원합니다.

늘 희망은 미래의 등불입니다. 그래서 새해라는 이름만으로도 설레고 경건하게 마음을 세우곤 합니다. 누군가 삶은 시간의 율동 속에 추는 춤이라 했습니다. 공평하게 선물 받은 일 년이란 시간을 더덩실 춤추며 모두 특별한 한 해로 만들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는 공명지조(共命之鳥)입니다. 우리 사회의 갖가지 현상을 적나라하게 표현했습니다. 나만 살고자 너를 죽이니 결국은 함께 죽고 만다는 저 새는 옛날에 멸종된 것이 아니었나 봅니다. 아직도 사회 구석구석엔 ‘우리’라는 아름다운 말이 사라지고, 이념과 진영과 세대 간의 혐오만 넘실댑니다.

온통 사회를 휘젓고 다니는 힘세고 목소리 큰 사람들, 그들 언행에 얼마의 울림이 있었을까요. 진실성이 사라진 빈 메아리는 언제나 슬픔입니다. 낙심입니다.

일전에 보았던 장면이 자꾸 따라옵니다. 이른 아침 산책을 하다가 길가의 낙엽을 쓸어 모으는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그냥 할머니가 아니었습니다. 흰 머리칼과 주름진 얼굴과 굽은 등은 긴 세월의 무게이겠지만, 가끔 동네를 배회하며 히죽거리고 알 수 없는 혼잣말을 하는 할머니였습니다. 지난여름엔 땡볕 속에 길가의 무성한 잡초들을 매기도 했습니다.

돈에 끌린 행동이 아니었습니다. 누구 하나 알아주는 사람도 없었지만, 하늘과 바람은 눈여겨보았을 것입니다. 의식이 흐려져도 삶의 뼈대는 저리 곧을까 싶었습니다. 문명을 벗어난 시원의 순박함을 느끼며 내 삶을 성찰하게 하였습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얼룩진 마음을 씻고 그 고운 자리에 소망을 펼쳤으면 합니다.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기도했으면 합니다.

우선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욕을 위해 영혼을 파는 행위가 줄어들길 소망합니다.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닙니다. 누구라도 잘못을 저지를 수가 있습니다. 그때 그걸 시인하며 용서를 빌면 누구든 자신의 잘못도 돌아보며 포용할 것입니다. 그러나 두 손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인간성의 상실은 모두의 마음을 피폐하게 만듭니다. 염치 있는 사람이 많아지길 기원합니다. 사회의 큰 사람부터 맑은 본을 보이길 고대합니다.

다음은 밥벌이가 잘되는 한 해였으면 좋겠습니다. 일자리가 최상의 복지라는 말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자신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며 구직에 매달리는 젊은이들에게 기성세대로서 무슨 격려의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아예 일자리를 포기하는 이들에게 힘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모든 것은 원인이 있게 마련이듯 실험적 경제 정책은 되돌아봐야 합니다. 태초부터 존재한 남 탓하는 습성은 일찍 버릴수록 좋습니다. 글로벌 경기 둔화 탓으로 돌리면 답이 없습니다.

들은 이야기입니다. 새해가 되면 성가시게 기도하는 사람들을 피해 신은 높은 하늘에 숨었답니다. 머리 좋은 인간이 못 찾을 리 없겠지요. 이번엔 땅속 깊이 숨었답니다. 이번에도 쉽게 들켰습니다. 궁리 끝에 인간이 도저히 못 찾을 곳으로 숨는답니다. 어디이겠습니까. 바로 우리의 마음속이랍니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침묵 속에서 자신에게 드리는 기도가 빠른 응답을 얻습니다.

올 한 해 자신의 삶을 더 사랑하게, 만물을 사랑으로 사랑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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