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과 중심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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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조, 제주숲치유연구센터대표·산림치유지도사/논설위원

사람은 살아가면서 하루에도 수많은 선택과 결정을 반복한다. 그런 과정들이 쌓여 하나의 삶이 된다. 그런데 선택과 결정은 사람마다 다르다. 뚜렷한 목적에 의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기도 한다. 그런 차이가 결국에는 삶의 중요한 가치로 나타난다.

집을 짓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집짓기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작은 것들을 꾸며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위해서는 과정마다 수많은 공정이 뒤따른다. 공정이 이뤄지는 과정에는 관계자의 판단과 선택이 녹아든다.

그런데 어떤 일이든지 목적에 따라 명확한 판단과 결정을 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주변의 수많은 유혹에 빠져들기도 한다. 타성에 젖어 따라가는 결정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결정은 후회 십상이다. 다시 되돌리는 것도 만만치 않다. 그만큼 시간 낭비와 추가 비용이 든다.

이는 오늘날 사람마다 겪는 현상일 수 있다. 생각에 따라 하루에도 쉴새 없이 이쪽으로 기울어졌다가 저쪽으로 기울어진다. 마치 돛 잃고 표류하는 배와 같다. ‘나’라는 존재가 없듯이 말이다. 이는 주관 없이 타성에 의존하는 마음이 지배되고 있음이다. 마음의 중심이 바로 서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을 추진하고 결정하는 데 있어 중심 마음이 굳건히 서 있다면 그것은 더없이 바람직하다. 실제 중심이 올곧게 서 있으면 선택과 결정에 있어 흔들리는 일이 거의 없다. 바른 판단을 내리며 가는 길을 잘 잡아 준다. 빛을 발하며 나갈 수 있다.

그렇다고 중심의 마음이 쉽게 다져지는 것도 아니다. 수많은 노력과 시행착오를 겪고 난 후에야 비로소 중심의 마음이 굳어진다. 내공의 힘이 쌓여야 한다. 그렇게 해서 한번 단단하게 다져지면 그다음부터는 어떤 일을 결정하는 데 한결 수월하다.

외부의 상황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스스로 결정하기 때문에 만족도가 그만큼 크다. 아무리 어렵고 복잡한 현안이 있어도 실타래가 풀리듯 순서에 따라 술술 풀린다. 그리고 자신의 선택한 결과에 행복을 느낀다. 일에 대한 안정과 열정을 가질 수 있다.

이는 주변과도 연결된다. 가장 가까이에는 가족이 있을 수 있다. 가장이 흔들리지 않는 중심 마음을 갖는다면 가족 구성원 모두가 화목하다. 더 나아가 회사 조직이나 국가경영에도 마찬가지이다. 중심이 굳건히 서 있고 흔들리지 않을 때 주변의 호응을 얻으며 수많은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중심에 우뚝 선 한라산 백록담의 분위기와 같다. 백록담을 바라보노라면 웅대하면서 중심을 잃지 않는 중용의 의미를 느끼게 한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도 기울지도 않는다. 넘치거나 모자라지도 않는다. 매일 매 순간 한 자리에서 올바른 중심의 지혜를 선보이고 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백록담을 바라볼 때마다 보여주는 모습이 다르게 나타나 중심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고 말이다. 어느 맑은 날에는 눈앞에 있는 것처럼 가깝게 보인다. 흐리거나 비 오는 날에는 아예 모습을 감추기도 한다. 눈이 오는 날에는 하얀 옷을 입고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백록담 중심 자체가 흔들리는 것이 아니다. 날씨와 계절이 백록담 중심을 잠시 가로막고 있는 것일 뿐이다.

이렇듯 우리가 살아가는 길에도 짙은 안개가 덮여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일수록 백록담의 중심처럼 우리 마음에도 중심의 가치를 잃지 않고 잘 간직하며 살아가는 경자년 한 해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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