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25㎞ 걷기 강행군…몸과 마음을 비우다
매일 25㎞ 걷기 강행군…몸과 마음을 비우다
  • 제주신보
  • 승인 2020.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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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총 4개 루트
‘프랑스 길’ 대표…782㎞ 거리
순례 시작하면 오로지 걷기만
휴가·방학 시즌 순례객 몰려
한 달 이상 종주…내면의 변화
산티아고 순례길 가운데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길은 스페인 북쪽 지방을 동에서 서로 횡단하는 ‘프랑스 길’이다. 사진은 프랑스 길에서 지방 소도시를 향해 걷고 있는 여행자들 모습.
산티아고 순례길 가운데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길은 스페인 북쪽 지방을 동에서 서로 횡단하는 ‘프랑스 길’이다. 사진은 프랑스 길에서 지방 소도시를 향해 걷고 있는 여행자들 모습.

에스파냐(스페인)가 이슬람과의 오랜 전쟁 이후에 독립을 쟁취하면서 성인 야고보의 명성은 점차 기독교 세계 전체로 퍼져나갔다.

유럽 전역의 사람들이 성인의 유해가 안치된 산티아고성당까지 순례길을 걷기 시작했다.

12세기에 이르러 이스라엘과 로마와 함께 가톨릭 3대 성지로 선포되면서 산티아고를 향한 성지순례는 급속히 늘기 시작했다.

유럽 각지에서 산티아고로 가는 순례길은 크게 4개의 루트가 있다.

스페인 북쪽 지방을 동에서 서로 횡단하는 프랑스 길’, 남부 세비야에서 출발하는 은의 길’, 대서양을 바라보며 북쪽 해안을 따라가는 북쪽 길’, 그리고 반도의 남쪽 리스본에서 출발하는 포르투갈 길이 있다.

파울로 코엘료 동상 앞에서 포즈를 취한 이영철 작가.
순례자 동상 앞에서 포즈를 취한 이영철 작가.

우리가 흔히 산티아고 순례길이라고 하면 가장 널리 알려진 프랑스 길을 일컫는다. 소설가인 파울로 코엘료와 제주올레를 만든 서명숙씨가 걸었던 루트이기도 하다. 프랑스 국경 마을 생장 피드포르를 출발해 첫날부터 피레네 산맥을 넘는 고난의 여정이다.

프랑스 길은 한 달 이상을 걸어 스페인 북부의 나바라, 라 리오하, 카스티야 이레온, 갈리시아 등 4개 지방을 통과한다.

총거리는 782로 하루 평균 25이상을 걸어야 한다.

프랑스 길은 중간에 경유하는 3개 대도시를 기점으로 크게 4단계로 나뉜다. 스페인 민족 영웅 엘시드의 고향인 부르고스까지가 1단계다. 이곳은 역동적인 산악지대가 많다.

대도시 레온까지의 2단계는 메세타고원으로 체력 소모가 높다. 해발 700m에 사방이 광활한 밀밭만 펼쳐진 황량한 고원지역이다.

레온에서 사리아까지 3단계는 산악과 평원이 혼재한다.

시간과 체력 여건이 안 맞는 이들은 사리아에서 출발하는 4단계 100구간만 걸어 산티아고에 입성하기도 한다.

순례객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성수기는 휴가와 방학 시즌인 7~8월이다.

걷기 환경이나 숙소의 여유 면에서는 봄철 4~5월이나 가을철 10~11월이 방문하기에 가장 좋다.

5~15마다 시골 마을이나 소도시들이 이어지고, 다인실 숙소를 일컫는 알베르게를 예외 없이 만날 수 있다.

성수기가 아니면 사전예약 없이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숙소 잡기에 별 문제가 없다. 숙박비도 저렴하다.

다인실 기준 숙박비는 1~2만원에 세 끼 식대 3만원 정도 잡아 하루 평균 5만원이면 충분하다. 한 달여를 걷는 동안 들어가는 비용은 총 150만원 수준이다.

항공편은 파리로 들어가서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에서 나오는 동선이 가장 효율적이다. 파리 몽파르나스 역에서 TGV(테제베·고속열차)5시간 이동해 바욘에서 내린 후 소박한 시골열차로 갈아타면 1시간 후 순례길 시작점인 생장 피드포르에 도착한다.

산티아고 순례를 마치면 로마시대 때 세상(terre)의 끝(finis)’이라고 알려졌던 피니스테레를 2~3일 여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순례길의 종착지인 피니스테레 절벽.
순례길의 종착지인 피니스테레 절벽.

대서양을 마주하는 피니스테레 절벽 위에는 바위 곳곳에 불이 탄 흔적들이 많다.

한 달간 함께했던 신발이나 소품들을 태운 자국들이 곳곳에 남은 것이다.

순례를 마친 이들은 이곳에서 일몰을 마주한다. 이전의 나를 바다 멀리 연기로 날려 보내고, 대서양을 마주하며 새롭게 태어남을 확인하게 된다.

산티아고 순례길로 떠나기 전에는 자신이 과연 한 달 이상을 걸을 수 있는 체력이 되는지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준비해서 떠나면 먹고 자고, 휴식을 하는 것 외에는 오로지 걷기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 달 이상을 내내 걷는 것을 반복하다 보면 머릿속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

몸과 마음과 뇌가 대청소되는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종주한 사람들은 흔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정신적 경험을 했다고들 말한다. 일상 속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자기성찰이 일어나는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 지도.
산티아고 순례길 지도.

산티아고 순례길 사무국은 걸어서 100이상, 자전거로 200이상 순례길을 완주하면 콤포스텔라로 불리는 증명서를 발급해 준다.

순례길 사무국에 따르면 2018년 이 길을 걷고 순례 인증서를 받은 사람은 모두 327378명이다. 도보 순례자는 306064명이고, 자전거 순례자는 2787명이다.

휠체어 순례자도 79명이 있었다. 국적별로는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전체의 절반인 52.3%를 차지한다.

한국인은 모두 5665명으로 전체의 1.73%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전 세계 9위로 비유럽 국가 중에서 한국인 순례자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글·사진=이영철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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