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의 의미도 변할까?
소비의 의미도 변할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김정숙, 제주대 생활환경복지학부 교수·제주지역경제교육센터장/논설위원

인간의 소비행위는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재화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기본적인 경제활동으로 일상생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지위나 부를 나타낼 수 있는 소비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소비를 통해 심리적 만족을 추구하려고 한다.

소비는 수단이 되기도 하고 목적이 되기도 한다. 이동을 하거나 드라이브를 즐기기 위해 자동차를 사거나, 물건을 넣거나 옷에 맞추기 위해 가방을 사는 것은 수단이 되는 소비이다. 즐기기 위해서 음악회에 가거나 게임을 하거나 축구경기를 보는 것은 목적이 되는 소비이다. 에너지가 필요하여 음식을 먹기도 하지만 먹는 행위를 즐길 수도 있으며, 재미있어서 운동을 할 수도 있지만 살을 빼기 위해 운동을 할 수도 있다. 음악 감상과 함께 사교를 목적으로 음악회에 갈 수도 있다.

자본주의의 발달과 함께 소비의 의미도 변하고 있다. 전통사회에서 소비는 사용가치를 산출하는 것으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상품을 만들고 사용하는 것이었다. 직접 생산한 상품을 사용하였으므로 상품과 자신을 동일시하였으며, 남는 상품은 시장에서 팔아 필요한 상품과 교환하였다.

대량생산체제가 갖추어진 자본주의사회에서의 소비는 소유하기 위해 상품을 구매하는 행위였다. 돈으로 상품을 사고 팔 수 있게 되면서 직접 생산하여 사용하던 시기보다 훨씬 더 상품에 의존하게 되고 예속되었다. 사용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교환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상품을 생산하고 구매하였다. 교환가치를 극대화하는 경제적 동기가 없으면 어떤 생산도 구매행위도 이해될 수 없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후기자본주의사회로 이행하면서 소비의 의미가 근본적으로 변화되었다. 자본주의사회에서의 교환가치가 상품의 이미지로 전환되었다. 후기자본주의사회는 풍요사회로 인간이 생존하고 생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이상으로 상품이 생산되고 있다. 상품을 구매할 때 상품의 유용성 보다는 분위기나 이미지가 큰 역할을 한다. 상품과 동시에 상품이 산출하는 이미지를 사고파는 것이다. 상품 이미지의 생산과 소비가 직접적으로 삶을 지배하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구매하는 상품의 이미지 속에 자신을 투영한다. 집에서 커피를 마시기보다는 밖이 훤히 보이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커피 맛도 중요하지만 커피 향과 카페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들은 사용가치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구별 짓기 위한 기호로 상품을 소비한다.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개인적 소비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다른 사람과 차별화하려는 사회적 논리가 소비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기호를 통해 자신을 다른 사람과 구별하기 위해 소비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별 짓기는 사회를 조직하고 계층화하는 핵심 원리로 작용하게 된다.

물질적 풍요를 향유하는 현대사회에서는 욕구충족을 위한 소비는 어느 정도 평등화가 이루어졌다. 욕구충족의 원칙 앞에서는 거의 평등해진 것이다. 이러한 소비의 평등화는 또 다른 차별화 충동을 자극하게 된다. 상품의 이미지는 한 이미지에서 다른 이미지로 계속 변화되어 끊임없이 새로운 소비욕구를 만들어 내게 된다. 따라서 물질적 풍요사회는 끊임없이 새로운 소비욕구를 창출하는 궁핍화사회라고 할 수 있으며, 인위적으로 끊임없이 소비욕구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빈곤의 확대라고 할 수 있다. 소비를 위한 소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