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느낀 예술가의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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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한국예총제주특별자치도연합회 부회장

인공지능이 가지지 못한 것은 ‘자존심’과 같은 ‘감정’들이다.

설령 AI(인공지능)가 자존심을 가지고 연산을 처리한다면 아무래도 쓰임이 없어지거나 권한을 대폭 축소하게 될 것이다. ‘게으름’, ‘분노’를 표현하는 AI에게 사람들은 무언가를 맡기지 않을 것이다.

예술계는 수많은 작가들이 감정, 정신세계, 철학을 담아내는 곳이다. 다가오는 AI시대 AI가 접근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영역이다.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고도의 연산과 합리적인 일들을 AI에게 맡기고 ‘감정’을 다루는 예술영역은 사람의 고유 영역이 될 것이다. 운전을 하던 시간에는 콘텐츠를 시청하고, 손가락 몇 번으로 ‘재미’를 찾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그래서 예술을 포함한 콘텐츠의 공급과 소비는 현재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다만 세계 유수의 예술가들 사이로 자신의 세계를 표현해야 한다는 점에서 ‘예술가의 수준’, ‘콘텐츠의 수준’은 더 높아져야 한다.

유명 유튜버들이 억대 연봉 이상을 벌어들이는 현실을 보면 자신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만 가지고 있다면 ‘배고픈 예술의 길’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미래가 있다고 본다.

몇 주 전 다녀온 호주는 그래서 더 특별하다.

여름을 맞고 있는 호주의 시민들은 휴가와 각종 축제, 행사를 즐기고 있었다.

우연히 찾은 한 해수욕장에는 모래사장·화산암 위로 약 100여 종의 예술작품들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작품 보호 펜스는 찾아볼 수 없었다. 수영복을 입은 시민과 관광객들은 예술작품 사이를 자유롭게 지나다니고, 사진을 찍고, 영상을 찍으며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만큼 예술이 생활에 아주 가까이, 그리고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했다.

해수욕장에 전시된 예술작품들은 높이 5m는 훌쩍 넘을 반구형 작품, 반경 20m가 넘는 설치미술 작품 등 지원의 규모나 자유도가 높아 보였다. 폭넓고 체계적인 예술가에 대한 지원이 만든 선순환 구조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가을, 제주의 대표적인 예술행사 2019년 탐라문화제는 기존에 없던 태권도 군무가 생기고 다양한 단체의 참여가 있어 지난 몇 번의 행사보다 흥행했다고 느꼈다. 올해, 그리고 내년 점점 더 좋은 행사를 만들어내려면 도내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과 예술가 인큐베이팅, 연구·기획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뛰어난 예술가들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관광의 질이 높아지고 작가들 간 협업이 활발해지면서 작품 수준도 크게 향상되리라 확신한다.

예산만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예술가들이 시대의 흐름을 명확히 인지하고 함께 논의하며 새로운 동료이자 손님들을 맞이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예술의 경계가 점점 느슨해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예술가들이 먼저 관객들에게 어떻게 더 적극적으로 다가갈 것인지 스스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작품이 거래되지 않고 전시되지 않아 고뇌하는 작가들이 줄어들고 작품을 모자람 없이 표현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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