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무너지고 있는 제주 환해장성
점점 무너지고 있는 제주 환해장성
  • 김두영 기자
  • 승인 2020.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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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해안 성벽의 돌 빼어내 돌탑 쌓아
무너진 곳에 또 돌탑, 원형 잃어…화북·북촌지역 환해장성도 수난

제주도 지정문화재인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소재 환해장성 모습. 무너진 환해장성 위로 관광객들이 조성한 돌탑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제주의 대표적인 문화유산 중 하나인 환해장성(環海長城)이 행정당국의 무관심 속에서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환해장성은 제주 해안선을 따라 섬을 둘러가며 축조된 돌담성으로 제주를 대표하는 방어유적으로 꼽힌다.

고려 때 삼별초가 대몽항쟁을 위해 처음 쌓기 시작했고, 조선 때는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조·보수됐다.

이에 제주도는 환해장성의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인정, 1988년 제주시 화북 곤흘동과 별도, 삼양 등 10곳의 환해장성을 지방문화재(기념물 제49호)로 지정했다.

하지만 문화재로 지정된 지 30년 넘게 흐른데다 빠르게 진행된 지역개발에 휘말린 환해장성은 해가 갈수록 심하게 훼손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환해장성 중 한 곳인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환해장성, 이곳은 지정문화재 10곳의 환해장성 중 가장 긴 길이(2120m)를 자랑하는 지역이다.

하지만 최근 환해장성에서 관광객들이 돌탑을 쌓고 사진을 찍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2일 현장을 확인한 결과 환해장성은 이미 관광객들이 만든 돌탑이 빽빽하게 들어서 원형을 알아보기 힘든 상태였다.

환해장성은 큰 돌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잡석들이 엇갈려 맞물리도록 조성됐지만 관광객들이 돌탑을 쌓는 과정에서 장성을 구축하고 있는 돌들을 빼어내면서 곳곳이 무너지고 그 위에 관광객들이 다시 돌탑을 쌓는 과정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또 제주시 화북 환해장성의 경우 문화재로 관리되기는커녕 해양에서 수거한 쓰레기를 모아놓는 집하장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심지어 지난해 8월 펜션 업주가 조망권 확보를 위해 북촌 환해장성을 무너뜨리는 사건도 발생했다.

지역주민들은 “환해장성을 문화재로 지정한 후 안내간판이 설치된 것 외에는 제대로 관리가 안 되고 있다”며 “심지어 온평 환해장성은 혼인지 관광 안내판이 들어서면서 관광객들이 문화재인 것을 몰라 돌탑을 쌓는 등 마구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환해장성 훼손을 막기 위한 체계적인 관리 체계 구축과 함께 훼손된 장벽을 복구하기 위한 계획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