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100년을 위한 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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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수, 한국사회과학연구회 이사장/논설위원

봉준호 감독은 영화 ‘기생충’을 통해 병든 자본주의체제가 낳은 계급사회를 극적으로 연출했다. 미국인조차 이 영화를 보며 경제 불평등 상황에서 한국 사람들의 팍팍한 삶을 이해·공감한다고 해 봉 감독은 제77회 골든 글로브상을 거머쥔다. 우리 영화미학에 대한 세계적 인정이요, 한국영화 100년의 성취이다. 이 수상 장면을 보다가 ‘아차’하며 느낀 게 있다.

이날 어떤 수상자는 호주 큰불에 대해 관심을 가져 달라는 말을 해 인상이 깊었다. 아예 어느 배우는 청중에게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벌써 5개월째 호주 대륙을 덮친 불더위와 큰불은 인공위성사진에 찍힐 만큼 환경대재난이다. 어떤 생태학자는 이 큰불로 인해 10억 마리의 동물이 멸종위기에 놓이고, 살더라도 탈수나 질병, 굶주림으로 살아남기 어렵다고 했다. 이미 한국의 절반 정도가 불타는 큰불이 났음에도 호주 총리는 휴가를 갔다.

더욱이 호주의 머독이라는 보수언론재벌은 이 큰불이 방화에 의한 것이라는 불확실한 소식을 전파하고, 화재 원인을 불더위와 기후변화로 인한 게 아니라고 얼버무리려고 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가관이다. 지난 7일 제주 섬 역시 97년 만에 한겨울 가장 더운 날씨를 기록했다. 유럽도 2019년은 두 번째로 가장 더운 해였다. 이미 지구는 인간들이 화석연료 등을 마구 사용하다 내뿜는 지구온난화기체들로 인해 심각한 기후변화에 직면해 있다.

이 기후변화에 대해 모든 인류는 생태위기의 위험을 깊이 이해하고 가능한 한 모든 저감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그래서 개인과 가정, 지역사회와 단위국가, 인류 모두가 기후변화 유발 요인의 저감 계획을 세우고 이를 이행하자고 합의했다. 그런데 이 위기의 실체를 부인하는 환경회의주의자들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우며 파리 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했다. 미국과 같은 지구오염유발 국가가 동참하지 않는다면 어찌될 것인가? 인류의 기후변화 대응 시도를 방해하는 반문명 대만행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30년 이산화탄소배출이 없는 섬을 만들겠다고 했다. 10년 남았다. 모든 도민들과 도지사가 많은 정성과 의지를 다 모아내야 실현 가능하다. 그런데 국토교통부는 현재의 제주국제공항을 잘 확충하고 운영하면 웬만한 문제를 잘 처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5조원이나 들여 제2공항을 이 좁은 섬에 신설해야 한다고 밀어붙이고 있다. 너무 황당하고 몰상식한 계획이다. 지속가능한 제주 섬을 만들려면 제주 섬이 환경적으로 감당, 수용할 만한 규모로 관광객 출입조차 조절돼야 하지 않을까? 과잉관광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베네치아의 사례를 주목, 확인해 보시라!

국방부는 육지 군사기지는 지정 해제하면서도 새삼스레 제주해군기지를 군사기지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더 많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대형 유람선을 정박한다며 신설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은 이제 꼴사나운 군사기지가 되고 말았다. ‘비무장 세계평화의 섬’이라는 자부심과 명예를 한순간에 걷어찬 꼴이다. 공항까지 신설해 군대까지 주둔하게 된다면 제주섬은 영영 돌이킬 수 없는 동아시아 화약고의 하나로 전락될 위험에 처할 것이다.

민주공화국의 새로운 100년을 향한 비나리는 단순, 분명하다. 평화와 생명의 섬으로 거듭나게 하소서. 야만과 폭력, 극단의 세기는 가고 문화와 공존, 치유의 세기를 만들어가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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