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쏘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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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밥을 지었던 시절엔 첫 불 피우기가 고역이었다. 이때 가장 중요한 중 하나가 불쏘시개를 장만하는 것이다. 불쏘시개는 불을 때거나 피우려고 할 때 먼저 태우는 낙엽이나 풀, 잔가지, 종이 따위 등을 말한다. 그래야 쉽게 발화해 주변의 큰 가지 등으로 옮겨붙는다. 연탄을 주 연료로 사용한다면 착화탄(着火炭·번개탄)을 불쏘시개라 할 수 있다.

야외에서 불을 때어 밥 등을 지어본 경험이 있는 이라면 불쏘시개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물론 가정마다 가스레인지 사용이 보편화한 지금은 다소 낯선 일이다.

이런 관계로 중요한 일이 잘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먼저 필요한 것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로도 쓰인다. 도화선이나, 촉매제, 신호탄, 마중물 등과 같은 의미다. 오늘날엔 정치적 수사로 많이 등장한다.

▲4선 의원인 강창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갑)이 12일 제주한라대 한라아트홀 대극장에서 개최한 의정보고회에서 오는 4월 15일에 치러지는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 ‘박수받을 때 떠나라’는 말처럼 “박수받을 때 떠나는 아름다운 전통을 만들어 제주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자 한다”며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장고를 거듭했다지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강 의원은 제17·18·19·20대 국회의원에 연이어 당선됐다. ‘해거리 당선’이 잦았던 제주 선거판에서 내리 4선으로 금배지를 단 유일한 의원이다. 그런 중진이 불출마의 화두로 삼은 것은 ‘불쏘시개’다. “중앙 정치부터 물갈이돼야 한다는 생각에 불출마를 결정했다”면서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국회 혁신과 물갈이의 불쏘시개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시 ‘낙화’에 나오는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맹주가 떠난 제주시 갑 선거구는 무주공산(無主空山)으로, 이번 총선에서 도내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이미 출마 선언을 했거나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사만 10명을 넘을 정도다.

▲강 의원의 불출마가 제주 전체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전 포인트다. 제17대부터 20대까지 제주시갑·제주시을·서귀포시 등 3개 선거구에서 이어져 온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계열 후보들의 전승을 재연시킬지, 아니면 야권 입성에 틈새로 작용할지 여부다.

모든 게 그러한 것처럼 넘침이 없어야 한다. 불쏘시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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