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 한 달도 안 됐는데 상담 ‘봇물’…“피해자 인권·권익 보호에 앞장”
지난해 12월 제주 폭력피해 이주여성 상담소(소장 김산옥)를 방문한 필리핀 여성 A씨는 한국인 남편이 결혼 3개월 만에 이혼을 종용하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A씨는 “남편이 결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을 빌미로 이혼을 요구하고 있다”며 “돈 1000만원을 주겠다며 고향으로 돌아가라는데, 베트남에서 이혼은 가족들의 오점으로 인식돼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는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0여 년째 한국인 남편과 살고 있는 베트남 여성 B씨도 이곳을 찾아 “남편의 경제적 학대와 정서적 폭력, 알코올 중독으로 힘든 상황에서 남편이 최근 다른 여자를 만나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혼 후 아이 양육권을 갖고 한국에 계속 살고 싶은데 남편이 양육권을 주지 않으려 하고 있다. 정말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제주시 이도2동 흥국생명빌딩 3층에 문을 연 제주 폭력피해 이주여성 상담소가 마땅히 하소연할 곳 하나 없던 이들을 위한 든든한 울타리가 되고 있다.
개소한지 아직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12월에만 20건(가정폭력 11건·이혼 7건·성폭력 2건)의 상담을 진행하며 피해 이주여성들을 도왔다. 올해 들어 14일 현재까지 진행 중인 상담도 15건이 넘는다.
상담소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건강가정지원센터, 경찰 등 관계기관과 함께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성매매 피해 이주여성에 대한 자국어 상담과 법률, 긴급 의료, 체류 수사, 법적 동행, 쉼터 연계 등을 지원하면서 피해자 인권 및 권익보호에 힘쓰고 있다.
현재 내국인 상담원 4명과 외국인 상담원 2명이 상주 중이며, 한국어와 영어, 베트남어, 필리핀어 등 4개국 언어는 사전 예약 없이 바로 상담이 가능하다.
김산옥 소장은 “국제결혼 이주여성들이 각종 폭력 피해로 다문화가정 해체와 체류 불안정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피해 이주여성들에게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를 신속히 지원해 이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편 지난해 9월 기준 제주지역 등록 외국인은 모두 2만5868명(남자 1만4521명, 여자 1만4521명)이며, 다문화가구는 총 4686가구다.
도내 이주여성의 가정폭력 상담 건수는 매년 1000건 이상 이뤄지고 있다.